‘태극기 세대’가 몰려온다

경제성장과 민주화 속에서 자라나 심플한 감수성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세대의 탄생설화

한 세대가 태극기 휘날리며 몰려오고 있다. 경제성장과 정치 민주화 속에서 자란 1980년 이후생들. 이들의 청(소)년 시절은 대한민국의 영광과 함께 시작됐다. 태극기는 이들의 자랑스러운 깃발이다. 월드컵 응원 열기로 불을 지핀 ‘태극기 세대’의 자부심은 여중생 촛불집회로 타오르고, 한류 열풍으로 뜨거워졌다. 태극기 세대는 어쩌면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느끼는 첫 번째 세대일지 모른다. 태극기 세대의 이데올로기는 ‘대한민국주의’이고, 무기는 인터넷이다. 오직 대한민국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한민국주의’가 이들을 움직이는 원리다. 반일과 반미는 대한민국주의의 이면이다. 태극기 세대는 요즘 독도 지키기 사이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는 이들의 상징이 됐다. 축구공 속에서 태어난 태극기 세대의 탄생설화 2막2장을 돌아보자.

탄생설화 1막1장,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태초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있었다. 태극기 세대는 2002년 여름 월드컵의 광장에서 태어나면서 외쳤다.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자부심을 느꼈어요!” 다행히 할아버지가 열심히 만세를 부른 덕에 ‘일본놈’들이 물러갔다. 아버지가 열심히 일한 덕에 먹고살 만했다. 누나와 형들이 열심히 싸운 덕에 군사독재도 끝났다. 태극기 세대의 감수성은 ‘심플’하다. 식민역사에 대한 죄의식도, 독재에 대한 부채의식도 없다. 이전 세대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태극기가 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태극기일 뿐이다. 386세대는 물론 일부 한총련 세대(70년대 중반생까지)조차 갈라진 조국을 위해 태극기 두르고 통한의 눈물을 뿌려야 했지만, 태극기 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감동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 그만이다. 고로 태극기 세대는 ‘천부 민주주의’를 손에 쥐고, ‘천부 풍요’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

3월23일 저녁 태극기 세대가 태어난 요람, 서울 혜화동의 붉은 악마 쉼터에서는 30일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쓸 휴지폭탄 제조가 한창이었다. 붉은 악마 조호태(24)씨가 드릴에 휴지를 끼워서 폭탄을 제조하고 있었다. 대학 휴학생인 조씨는 벌써 열흘 넘게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이면 휴지폭탄을 제조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오직 대한민국의 승리를 위해서다. 국가대표 시합은 꼭 경기장에서 본다는 조씨는 “태극기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고,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돈다”고 말했다. 그에게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일본 못지않은 강대국이다. 붉은 악마의 슬로건 ‘작지만 강한 나라,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그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그가 가는 곳에는 항상 태극기가 휘날린다. 그의 차에도, 방에도 태극기가 걸려 있다. 해외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도 가슴이 찡해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펜스에는 ‘SAMSUNG’, 메이저리그 펜스에는 ‘Hankook Tire’,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전광판에는 ‘KIA’, 중국 프로축구팀의 가슴에는 ‘LG’가 새겨져 있다.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그는 “한국 휴대전화가 세계 1위이면 나도 세계 1위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호태씨 옆에서 김형준(19)씨가 휴지폭탄을 만들고 있었다. 김씨는 “축구가 사람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서는 별것 아닌 역사를 침소봉대하는 것 같아 왠지 한국이 싫었다”고 돌이켰다. 그의 반감은 월드컵을 계기로 호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나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축구 경기 전에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자리에 앉아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가 독재 시대의 잔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막1장의 숨은 주역은 386세대다. 386세대는 태극기 세대의 산파다. 붉은 악마의 ‘지도부’는 386세대였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붉은 악마를 “386의 지도력이 20대의 열정을 보기 좋게 통제한 사례”로 꼽았다. 게다가 단일민족 사회의 특수성은 민족주의 발호의 완벽한 조건이다. 한국 사회에는 인종적 분할도 없고, 제대로 계급이 형성된 적도 없다. 비판의 무기를 벼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태극기의 프리즘으로 해석된다. <한겨레21>이 20대 100명과 30~40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월드컵에 대한 자부심도 20대가 30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묻는 질문에 ‘월드컵’을 꼽은 비율은 20대(59.2%)가 30대(52.8%)보다 높았다(그래프1 참고).

1막2장, ‘알고 보니 문화강국’

축구공에서 태어난 태극기 세대를 키운 것은 한류 바람이었다. 한류 열풍은 자긍심에 알리바이를 제공했다. “잘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외침은 한류를 타고 아시아로 퍼져갔다. 다음 카페의 ‘한류열풍 사랑’(cafe.daum.net/hanryulove) 운영진 장혜진(20)씨의 아이디는 ‘애국소녀’다. 애국소녀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면 “독도가 일본 땅이면 일본은 한국 땅! 독도가 일본 땅이면 후세인은 미국인!”이라는 연결음이 귀청을 울린다. 애국소녀는 “어른들은 몰라요”를 외친다. 장씨는 “아직도 식민사관에 젖어서 한국이 뒤떨어진 줄 아는 어른들을 보면 답답하다”며 “우리는 우리나라가 발전된 상황에서 자랐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겨레21> 조사를 보면, 30~40대는 자부심의 동기로 월드컵과 함께 여중생 추모집회(23.6%)를 들었지만, 20대는 월드컵과 한류 열풍(13.6%)을 꼽았다(그래프1 참조). 한류 열풍은 2004년 절정을 이루었다. 덕분에 ‘한류열풍 사랑’의 회원 수도 2004년 한해에만 7만명이 늘어 총회원 14만명에 이르렀다.

한류 애국자들의 활동은 국경을 넘나든다. 장씨가 속한 한류 열풍 카페에는 중국, 일본 등의 한류 소식이 언론보다 빨리 전해진다. 중국, 일본의 한인들이 현지의 언론에 실린 한류 기사를 번역해 올리기 때문이다. 한류 카페는 ‘민족문화재’인 한류스타 보호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장씨는 “우리나라에서 한류스타 흠집 내는 기사가 나오면 바로 다음날 일본, 대만 언론에 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류 사이트에도 애국심이 넘친다. ‘국가별 아이큐 남한 세계 1위, 북한 공동 2위’, ‘홍콩에 한국 궁중요리 인기폭발’ ‘버마는 지금 한국어 공부 중’ ‘일 세이코 보아 시계 극비 제작’…. 어느 한류 카페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대부분의 한류 카페에는 한류 상품의 인기를 전하는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삼성 휴대전화와 LG 에어컨, 현대자동차는 ‘자긍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처럼 문화강국의 자부심과 정보기술(IT) 선진국의 긍지가 태극기 세대의 애국주의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한류를 한민족 문화의 우월성으로 해석하는 시각은 주류로 자리잡았다. 욘사마의 인기는 일본열도 정벌이 되고, 최홍만 선수의 승리는 태극주먹이 쪽발이를 때려눕힌 사건이 된다.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한류가 아시아적 자긍심을 얻는 계기가 아니라 한민족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아류 문화제국주의로 해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한류 애국주의를 조장하지만 오히려 한류 애국자들은 국수주의를 경계한다. 애국소녀는 “한류를 아시아 문화교류의 한 흐름으로 생각한다”며 “한류 열기가 뜨거운 대만, 타이의 스타들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2막1장, ‘감히 니들이 우리를 건드려?’

태극기 세대는 태어나자마자 촛불을 들었다. 입을 열자 “자주적인 대한민국!”을 외쳤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한국인 여중생의 비극은 ‘강한 대한민국’을 소망하는 그들에게 견디기 힘든 상처였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2002년 여중생 추모 청소년대책위에서 활동했던 김종민(19)씨와 김지윤(19)씨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다. 청소년대책위 활동은 김종민씨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김종민씨는 “내가 왜 촛불을 들었는지 스스로에게 해명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국사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지윤씨는 대학생이 된 지금도 청소년 인터넷신문 <바이러스>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중·고교의 현실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통일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극단적 민족주의를 경계했다. 김종민씨는 “일본의 극우들이 조장한 것인데 일본인 모두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가락을 자르는 극단적인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는 전통적 민족주의와 태극기 세대의 기묘한 동거였다. 태극기 세대는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주장하며 운동단체에게 “깃발 내려!”라고 요구했다. 태극기 세대는 촛불집회가 반미로 확산되는 것에도 거부감을 보였다. 태극기 세대의 감정적 민족주의와 저항민족주의의 반외세가 충돌하는 장면이었다. <한겨레21>의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일본(50.5%)을, 30~40대는 미국(43.4%)을 꼽았다(그래프2 참고). 사실 한국의 정치세력은 전후(세대) 좌우(이념)의 구분 없이 국민국가의 틀에 갇혀 있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는 비판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세력이 차마 저들의 국가주의와 함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치 민주화 이후 이념적 공황상태에 빠진 민주화 세력도 민족주의에 가세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아래로부터 민족주의가 압력을 주고, 정부가 압력을 이용하는 양상은 노 대통령의 독도 발언에서 드러나듯 일종의 시나리오가 돼가고 있다. 단일한 민족주의 사회에서 여중생 촛불집회는 ‘성황’이지만, 이라크 침략 반전집회는 ‘썰렁’하기 마련이다.

2막2장, ‘맞장 한번 뜨자!’

마침내 태극기 세대가 우국의 열정으로 ‘일떠섰다’. 주적은 일본이다. 중국도 떠오르는 적이다(그래프2 참고). 부활하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부흥하는 중국의 국가주의는 태극기 세대의 대한민국주의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실체 없는 민족공동체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면서 실체로 만들어진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사이버 전쟁이 벌어진다. 지난해에는 동북공정에 맞선 한-중 전쟁이 터졌고, 올해는 독도 문제에 대응하는 한-일 전쟁이 한창이다. 태극기 세대는 일본과 중국에 ‘꿀릴 것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전투명은 ‘자포자기 민족주의에서 맞장 뜨는 대한민국주의로!’ 중학교 2학년 김동균(14)군은 사이버 의병이다. 김군이 속한 인터넷 카페 ‘고구려 지킴이’(cafe.daum.net/Goguryeoguard)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생겼다. 고구려 지킴이 회원들은 자신을 사이버 의병으로 부른다. 사이버 의병들은 2004년 중국의 ‘침탈’에 맞서 ‘범국민 120만 서명운동’ ‘을지문덕 프로젝트’ 등을 실천했다. 8천여명의 사이버 의병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10대들이 주축을 이룬다. 김군은 3·1절 태극기 몹 행사에서 선봉장 역할도 했다. 태극기 몹은 태극기 문양이 들어간 옷을 입고 독립만세를 외치는 퍼포먼스다. 김군은 “학교 숙제를 위해 웹 서핑을 하다 카페를 알게 됐다”며 “역사를 알수록 애국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군은 얼마 전 방에 걸어둔 태극기를 뗐다. “때가 탈까봐” 그랬다.

고이 접어 비닐봉투에 넣어두었다. 다음 독도사랑동호회(cafe.daum.net/dokdolove) 회원 엄미희(25)씨는 일본계 한국인이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의 친가와 외가쪽 조부모가 모두 일본인으로 일제 시대에 한국에 들어와 정착했다. 엄씨는 “다케시마의 날 얘기가 나오면서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 동호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한국이 일본을 어떻게 이기겠어?’라고 생각했다”며 “요즘은 한국이 결코 일본에 뒤지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이버 의병’에서 보이듯이, 태극기 세대의 대한민국주의에는 부국강병론의 욕망이 배어 있다. 사이버 전쟁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군사주의 냄새도 난다. 이들은 역습의 논리에 익숙하다. 슬로건은 ‘간도도 우리 땅, 대마도도 우리 땅’. 하지만 태극기 세대의 민족주의는 ‘파우스트 민족주의’다. 강한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전리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애국주의자들은 한민족의 냄비근성을 강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이들도 감정적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감정 ‘배설’을 조장한다. 심한기 청소년 문화공동체 ‘품’ 대표는 “청소년들에게 독도 문제 등이 입시 압박의 탈출구 구실을 한다”며 “압박이 클수록 표출도 거세진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학교에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감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존재의 불안은 집단을 갈구하게 한다. 전효관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대표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개인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민국이라는 큰 주체에 의존함으로써 개인의 심리적 콤플렉스를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작은 주체로서 개인은 왜소한 반면, 큰 주체로서 국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극기 세대의 대한민국주의는 동족을 배제하는 민족주의다. 북한이 남한에 위협이 될 때는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 오직 대한민국의 이해만이 이들을 움직이는 원리다. 게다가 반공 이데올로기의 자장도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한겨레21> 여론조사를 보면 북한 쌀 지원에 대해 30~40대가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41.5%)고 가장 많이 응답한 반면, 20대의 가장 많은 응답은 ‘남한의 국익에 도움이 될 때만 지원해야 한다’(34.9%)였다(그래프3 참고). 권혁범 대전대 교수는 “미국에 반대하지만 북한도 싫어한다는 면에서 민족주의라기보다는 대한민국주의”라고 정의했다.

태극기 세대는 태극기 휘날리며 어디로 달려갈까? 아직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주의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건강한 애국주의가 뒤섞여 있다. 다만 여전히 한반도의 우물에 갇혀 있고, 국제연대와 동북아 평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족하다. 태극기 세대의 아래로부터의 대한민국주의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진행형이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방향은 한국인 ‘우리’가 결정한다. 태극기 세대가 강한 한반도의 유혹을 떨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해 달려가도록 돕는 일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태극기 탄생설화의 대사는 이렇게 맺음하면 어떨까.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과 ‘비판’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20대는 일본을 싫어한다

설문조사 결과 대한민국 명칭 30~40대보다 선호… 북한 쌀 지원 문제에는 냉정한 입장

20대는 ‘대한민국’을 좋아한다.

<한겨레21>은 3월 중순 서울 지역 20대 100명과 30~40대 100명을 대상으로 ‘국민 자부심’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를 표기하는 명칭’으로 20대는 대한민국(89.3%)을 한국(10.7%)보다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30~40대도 ‘대한민국’(84.9%)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선호 비율은 20대보다 낮았다. 한국을 선택한 응답자는 30~40대(11.3%)로 20대(10.7%)보다 조금 높았다.

20대가 월드컵과 한류 세대임은 설문으로 증명된다. 자부심을 준 계기로 20대는 월드컵(59.2%), 한류 열풍(13.6%), 촛불집회(6.8%) 순서로 응답했다. 반면 30~40대는 월드컵(52.8%), 촛불집회(23.6%), 한류 열풍(6.6%) 순이었다. 20대가 30~40대에 비해 월드컵을 선택한 비율은 6.4%, 한류 열풍을 선택한 비율은 7% 높았다. ‘한류 열풍에서 자부심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20대의 그렇다(67.8%)는 응답 비율이 30~40대의 그렇다(63.2%)는 비율보다 높았다.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중 ‘싫어하는 나라’를 순서대로 묻는 질문에는 20대와 30~40대가 다른 응답을 했다. 20대는 일본(50.4%)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꼽은 반면, 30~40대는 미국(43.4%)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싫어하는 나라는 일본, 미국, 중국, 북한 순서였지만 30~40대는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순서다. 20대의 반일 정서에는 독도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등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구조적 접근보다는 사건을 계기로 분출하는 청년 민족주의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싫어하는 나라’를 묻는 질문에 20대와 30~40대 모두 북한을 적게 꼽았다. 하지만 북한 쌀 지원에 대해서는 세대별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20대가 좀더 냉정했다. 30~40대는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41.5%), ‘남한의 국익에 도움 될 때만 지원해야 한다’(32.0%),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 지원해야 한다’(16.0%) 순서로 응답했다. 반면 20대는 국익 도움(34.9%)을 인도적 지원(32.0%)보다 더 많이 선택했다. ‘핵 문제 해결 뒤 지원’ 입장을 보인 20대도 29.1%로 30~40대보다 13.1% 더 많았다. 20대의 국익 중심주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애국심 표현 방법은 20대가 인터넷(48.5%)을 압도적으로 선호한 반면, 30대는 인터넷(45.2%)와 거리 서명(28.3%)을 동시에 꼽았다.

(한겨레21 / 신윤동욱 기자 20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