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전쟁으로 보는 중국사

인간이 국가를 단위로 삶을 영위하는 영토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생성이 있고 성장·발전이 있으며, 쇠퇴와 소멸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영토가 고정불변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이 없거나, 세상을 너무 쉽게 사는 사람일 수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만주의 지배권을 영속화하려 하거나, 일본이 독도 문제 등 주변국과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일으키는 데는 영토의 영역은 국력에 의해 확대·축소 가능한 가변적인 존재임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으로 보는 중국사’는 황허 유역의 성곽도시로 출발한 중국이 전쟁을 통해 어떻게 지금의 대국으로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국사 5000년을 농경민족인 한족과 다른 유목민족의 끊임없는 전쟁과 동맹 과정으로 파악한 것이 흥미롭다. 한족의 역대 왕조는 국력이 왕성할 때는 직접 주변 국가를 정복하고, 힘에 부치다 싶으면 유목민족을 끌어들여 다른 유목민족을 제압하는 이이제이 전법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농민봉기 등 내부 분란이 일어나 무력해지면 유목민족의 침략을 받아 정복되는 수모를 받기도 했다.

영국인인 저자는 중국전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구려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106년 고구려가 한나라의 주둔을 몰아냈으며, 이후 고구려를 제압하지 못했다 ”는 대목에서 고구려인의 높은 상무정신을 읽을 수 있다. 수·당의 잇따른 고구려 원정과 실패도 비교적 소상히 소개하고 있어 통쾌하다.

(세계일보 / 김청중 기자 20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