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국무부에서 배워야 할 것

세계 각국의 21세기 대외정책 분야 핵심 화두는 대국민 외교(public diplomacy)다. 외교정책의 생산자인 정부가 소비자인 국민의 외교정책에 대한 반응과 평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국민 외교의 대상은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 국민도 포함된다.

미국은 주요국 대사를 임명하면서 대국민 외교 수행능력을 집중 검증하고 있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자리를 옮기게 될 크리스포퍼 힐 주한 미대사가 전국을 누비며 강연 등을 통해 한국의 일반 국민과 접촉하고 있는 것은 미국 대국민 외교의 전형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취재활동을 하다 보면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가 얼마나 대국민 외교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워싱턴 DC에서 하루에도 수십건씩 열리고 있는 외교정책에 관한 크고 작은 세미나에는 으레 국무부의 관련 공무원들이 청중석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청중의 질문 내용과 반응, 세미나장 분위기 등을 꼼꼼히 기록해 상부에 보고하며,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민의를 반영하는 이 같은 보고가 정책에 투영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자칫 무사안일에 빠질지 모르는 공무원들이 탁상공론을 철저히 배격하고 보다 양질의 행정을 서비스하기 위한 공복(公僕)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식상할 정도로 꺼내드는 단골메뉴 중의 하나는 ‘공직사회의 개혁’이다. 기존 국·과를 폐지하는 것은 물론 부분적으로 직급까지 파괴한 행정자치부의 조직혁신이 한국 공무원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음이 워싱턴까지 들려온다.

정부가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개혁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미국땅에서는 쉽게 느낄 수 있다. 정부의 고객인 국민 중심의 행정과 정책 반영이 개혁의 전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일보 2005-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