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美將富侍詩 (미국 장수 부시에게 드리는 시)

與隋將于仲文詩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드리는 시

 神策究天文

신비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妙算窮地理

오묘한 궁리는 땅의 이치마저 다했네

戰勝功旣高

전승의 공로 이미 높고 높으니

知足願云止

만족함을 알고 그대 돌아가기를 원하노라

삼국사기에 실린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의 시다. 시를 받은 상대방은 수나라 장수 우중문이다. 이 시를 읽자마자 우중문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곧바로 철군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수나라 병사들도 사기를 잃고 말았다.

서둘러 철군하던 수나라 군대는 살수를 건너다가 을지문덕의 고구려 군대에게 참패하고 만다. 30만 5천 명이나 되던 우중문의 수나라 별동부대 중에서 살아 돌아간 사람은 2,700 명에 불과하다. 그 유명한 살수대첩에 관한 이야기다(612년).

그런데 이 시는 비단 삼국사기에만 실려 있는 게 아니다.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김명철 박사의 <김정일 恨의 핵전략>(도서출판 동북아, 2005)이라는 책의 지은이 서문 앞에도 위 시가 적혀 있다.

북미 핵대결에 관한 책의 맨 앞장에 을지문덕 장군의 시를 써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부시에게 ‘여수장우중문시’를 선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적장’인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어떤 메시지일까? 부시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의미를 파악하기에 앞서, 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에게 위 시를 전달하게 된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중국의 중세 시기라 할 수 있는 남북조의 혼란을 통일한 수나라는 고구려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Pax Sinica)에 순응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고구려가 이에 불응함은 물론 도리어 군사적 위협까지 가하자, 수나라는 고구려에 대한 침공을 감행했다. 수나라는 4차에 걸친 고구려 침공 끝에 결국 멸망했는데, 위 시는 수나라의 제2차 고구려 침공 때에 나온 것이다.

612년 수나라는 제2차 고구려 침공을 감행했다. 113만 명을 훨씬 넘는 수나라 대군은 고구려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전황은 수나라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엄청난 대군인지라 그 출발에만도 40여 일이 걸렸다.

거기에다가, 요동성 전투에서부터 수나라는 발목이 묶이고 말았다. 고구려군의 완강한 저항과 수나라군 지휘계통의 혼란으로 인해 전쟁은 장기전 국면으로 돌입하고 말았다.

수나라는 국면을 전환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우중문을 지휘관으로 하는 30만 5천명의 별동부대를 평양 30리 지점까지 급파했다. 고구려 수도 평양이 적군 별동대의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평양을 눈앞에 두고도 수나라군대는 더 이상 진군을 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도 지휘계통을 정비하지 못한데다가 보급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짜증만 나는’ 우중문 장군에게 한통의 ‘이메일’이 ‘전송’되었다. 바로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보낸 ‘선물’이었다.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드리는 시’라는 제목의 이 시는 “너는 이미 할 만큼 다했으니 이제는 돌아가라”,“너는 우리에게 속았다”등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시를 다 읽은 우중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며 그의 손도 벌벌 떨렸다.

서둘러 철군했지만, 수나라 군대는 살수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살아 돌아간 사람은 고작 2,700명이다. 전쟁에서 이기기는커녕 살아 돌아가는 것마저 수월하지 않았던 것이다. 수나라는 그 후에 2차례 더 고구려 침공을 감행했지만, ‘실연의 상처’를 끝내 치유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수나라는 얼마 못 가서 멸망하고 만다.

금년 가을에 미국에서도 <김정일 恨의 핵전략> 영어판이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클린턴 대통령이 ‘김정일 비공식 대변인’의 책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한 것처럼,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이 정신적 충격을 받을 차례다.

부시는 조만간 자신이 한민족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퇴임한 레이건 대통령을 괴롭힌 그 질병이 부시를 찾아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하여, 부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동북아패권이 몰락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한민족과 함께 동북아패권을 공유할 수도 있다. 챔피언 벨트를 공유하든지 아니면 링을 떠나든지, 미국은 양자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전적으로 부시에게 달려 있다. 부시는 2대에 걸쳐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에 영광스러워했지만, 자신 때문에 미국의 패권이 몰락했다는 점에 불명예스러워할 것이다. 

‘적장’ 부시는 북미 핵대결을 조기에 종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을지문덕의 시가 백악관 집무실로 배달되기 전에 그는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가 북미 핵대결을 계속 강행하고 또한 라이스의 행보처럼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한국에 주둔한 ‘한국군 아닌 병사들’ 중에서 본국으로 무사히 살아 돌아갈 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주둔한 ‘한국군 아닌 병사들’의 적은 휴전선 이북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1998년 이후 휴전선 이남에도 한민족의 민족주의적 정부가 들어섰다. 부시는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들’이 ‘적진’깊숙이 들어가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부시는 아직도 자신이 ‘전쟁’에 패배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라이스 국무장관의 ‘시건방진’ 행보를 보아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어떤 근거에서 ‘부시가 한민족에게 이미 패배했다’고 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다음 제2편을 기대해주기 바란다.

(브레이크뉴스 / 김종성 2005-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