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위기의 한반도 해법 있다

최근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나라 전체가 흥분을 억제하느라 긴장하고 있고 북한의 핵문제는 분초를 다투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어정쩡한 한·미, 한·중, 한·일 관계와 6자회담의 틀에 갇혀 있는 한반도의 정세를 볼 때 미·중, 미·일, 북·미, 북·중 관계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구체적인 대책 그리고 한·중 간 발전적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남북 간 대타결을 이끌어 내지 않는다면 북한의 정치·경제권은 모두 중국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한반도가 처한 긴박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과 같이 북한은 핵 포기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적 관계의 철회와 핵 동결에 대한 보상” 등을 제시했지만 이 모든 제안에 대해 미국은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어떤 대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문제의 대안은 고사하고 남북당국 간 회담조차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는 남북관계는 급기야 핵문제 해결이라는 명문 아래 중국을 북한의 핵심 경제 파트너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개방 시험단계에 있는 북한은 핵문제와 연계되어 있는 남북경협에 대한 불신으로, 새로운 경제회생의 대안으로, 중국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중국의 협력 없이 어떤 경제적 발전이나 보상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그렇기에 북한은 중국의 도움으로 체제 보장과 동시에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끝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미 사회주의 경제에서 자본주의 경제로 성공적 개방을 경험한 중국은 언제 북한과 무엇을 해야 할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작은 것을 충족해 주고 자신이 취할 큰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주문에 의해 6자회담의 중개자로서 최근 핵문제 해결을 기회로 자연스럽게 북한과 경제 지원 및 협력에 대한 협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북한 핵심경제권 장악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며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는 북·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양국은 핵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끝없는 남남 갈등과 남북 간 충돌로 단절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중 간 어떤 합의가 오가는지, 중국이 북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이 핵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관계의 진전 없는 다자회담은 한반도가 강대국의 분쟁이나 이권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을 위험성이 대단히 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북한의 관심사는 경제회생이다. 관심 있는 일을 같이함으로써 우리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꼭 우리가 주도권을 갖지 않더라도 북한과 공동으로 작은 사업 성공모델을 다양하게 해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여기서 작은 성공은 북한이 남북 간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어려움을 참으며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의 통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구축된 다양한 채널을 총동원하여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현금 지원이 아니라도 남북이 어울려 북한 경제를 회생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료·쌀 지원 등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나누어도 우리가 지원하는 물자만으로는 북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다. 개성공단도 남북의 문을 여는 사업으로 대단히 중요하지만, 우리가 북한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평양에 만들어 일감이 없는 북한 기업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고 북한 경제회생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무리 어려워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지금 남북의 협력과 화합을 위해 우리가 어떤 희생을 치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남북의 미래, 민족의 화합과 조국 통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대기업, 수십만의 중소기업, 정부, 민간단체나 개인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모두 힘을 합쳐 ‘독도보다 큰 땅’, 2400만의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우리의 땅 북한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희생을 치르지 않는다면 민족화합과 통일 조국의 앞날은 멀기만 할 것이다. 화합과 나눔으로 하나 된 민족정신과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단결된 우리의 힘만이 자손만대에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전자신문 2005-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