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문화재 유출에 남북 공동대처를

북한의 문화재 도굴과 밀반출 실태가 심각하다는 보도다. 북한 문화재 유출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본보가 중국 현지를 취재해 28일부터 보도하고 있는 기획 시리즈에 따르면 실상은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 고려청자가 출토되는 개성 일대의 고려 고분은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도굴됐고 문화재 밀반출과 거래에는 고위 간부가 연관돼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의 이름있는 문화재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우리의 민족 유산이 일본 등 제3국으로 유출될 경우 훗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커다란 손실을 각오해야만 한다. 남북이 시급히 공동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재 분야는 민족문화 보존뿐 아니라 화해·협력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만큼 남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먼저 서둘러야 할 일은 남북이 공동으로 문화재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건설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문화유산만을 선별해 보존하고 있어 남한 학계는 ‘조선유적유물도감’(전 20권)에 수록된 것 외에는 북한 문화재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문화재 복원에 남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0년부터 유네스코에 매년 10만 달러를 제공해 북한의 고구려 고분 보존을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가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고구려 고분군도 훼손이 심하고 이를 보수하는 데는 새로운 손상이 뒤따르고 있어 북한 문화보존총국도 한국의 지원을 바라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한 문화재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불식시키고 함께 연구·보존하기 위해서 공동전시도 추진해 볼 만하다. 지난해 제안한 남북문화재청장 회담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후속 방안도 필요하다. 북한 문화재의 국내 불법 유입도 막아야 한다. 불법 거래가 있는 한 도굴을 완전 봉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일보 2005-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