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공동체를 모색한다]③ 동북아 역사·영토 분쟁 계속되는데 …

참여정부, ‘동아시아 지역주의’ 계승해야

유럽연합(EU)처럼 동아시아지역도 지역공동체로 나가야 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세안10개국과 한중일 3국, 여기에 가능하면 북한을 망라하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은 정치경제적 측면과 안보영역에 걸쳐 큰 이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구상은 아직 그림에 불과하다. 내일신문은 동아시아 지역내 협력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인 이코스 (East-asia COmmon Space)와 함께 아직 생소한 동아시아공동체를 모색하는 제언을 담는 지면을 마련했다. 관심있는 독자들께서 이 난에 좋은 의견을 보내주시면 순서에 관계없이 게재할 예정이다.

지난 글에서 독도문제는 동아시아(한중일) 영토분쟁이라는 ‘배경’ 속에 있고, 이는 식민지 및 냉전(해체)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이번에는 일본의 공세가 가능하게 된 ‘한국의 취약점’이라는 측면에서 상황을 살펴본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제3세계’라는 시대적 흐름을 주도하고 대변하면서 비동맹회의를 이끌었다. 그래서 당시 국제사회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영향력은 강력하였다. 최강대국 미국·소련도 수카르노 대통령의 발언을 귀담아 들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지역주의’를 선도하며 아세안을 이끈다. 당연히 말레이는 국제무대에서 무시 못 할 발언권을 가진다. 최소한, 동아시아 회담에서는 말레이 대표는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근래의 한국이 새 흐름인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계속 발전시켰다면, 이리하여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재편을 주도하였다면, 한국은 동아시아와 세계무대·동북아에서 강력한 외교적 발언권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주류를 이루는 향후 수십년간 한국은 동아시아 ‘리더’가 됐을 것이다.

원래, 새로운 판을 주도적으로 만들면 자신의 원지분 이상을 확보하면서 주역의 위치를 차지한다. 당연히 기존의 판에 끼여들어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새로운 판을 만든 혜택을 향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의 ‘동아시아 협력강화’를 계승하였더라면, 한국은 강력한 국제외교적 위치뿐만 아니라 대미·대중·대일 관계에서도 강력한 발언권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면 일본의 보수내각도 독도에 대한 욕심을 쉽게 드러내지 못할 것이고, 중국도 고구려사에 신중하게 접근하였을 것이다. 중·일도 동아시아내 고립은 두려워한다. 중·일이 남한을 쉽게 대할지라도 한국을 성원하는 아세안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정부가 동북아 중심국가로 출발한 일련의 ‘동북아 프로젝트’ 대신 전임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을 그대로 이었더라면, 일본의 독도주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였음은 물론이고, 동북아 관계도 지금처럼 파경에 돌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망과 정반대로 전임 대통령이 동아시아 협력이라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였음에도 현 정부는 동북아라는 보루를 다른 곳에 쌓았다. 기존의 동아시아 터전은 와해되도록 방치되었다. 그리하여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고립되고, 당연히 한중일 3자 관계에서도 약자로 전락하였다. 그리하여 중·일에게 취약점을 보이고, 그들의 공세 속에서 결국은 동북아 협력마저도 와해(중·일은 이로 한정되는 협력에 얽매이지 않는다)시키게 된다.

과거 고구려는 돌궐 등 북방·서쪽의 여러 나라와 관계를 가지면서 중국 왕조를 견제한다. 역사의 가르침을 음미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물론, 동남아의 아세안에 비견되는, 동북아 한중일 협력체제는 어느 정도는 논리적 근거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공통·유사점과 함께, 지금의 현실이 웅변하듯이 3국의 대립과 분쟁·차이 또한 존재하며, 적절한 조정자 없이는 3국 협력 자체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독도문제의 악화는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외면한 채 동북아 정책을 편 결과와 연관을 갖는 것이다.

이코스(eacos)

(내일신문 2005-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