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에 ‘잊혀진 고토,만주의 역사’쓴 김득황 박사

“우리 국민은 영토에 대한 관심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독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주와 간도 등 잃어버린 북방 영토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올해 구순을 맞은 원로 사학자 김득황(동방사회복지회 이사장) 박사는 요즘 들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반도 윗녘에서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들고 나와 트집잡고 있고, 아랫녘에선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이라며 생떼를 부리는 것을 보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고조선의 창건 무대인 만주 대륙은 그곳을 가장 오래 다스린 동이(東夷)족,즉 우리 선조들이 그 땅을 지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으며 아직도 그곳에 묻혀 있다”면서 “중국이 만주사를 중원의 역사에 편입시켜 해석할 때마다 불쾌하지만 그것을 반박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박사가 최근에 펴낸 ‘잊혀진 고토, 만주의 역사’는 만주가 우리 땅임을 고증하는 귀중한 사료를 제공하는 책으로 일본인 시노다가 쓴 ‘간도는 조선 땅이다’보다 더욱 광범위한 내용을 보여준다. 고조선-고구려-발해에 이르는 우리 민족의 만주 역사로부터 시작해 백두산정계비 건립 이후의 간도 논쟁,19세기 말 국경회담,1909년 간도협약,그리고 옌볜조선족 자치주에 이르는 오늘날까지를 두루 서술하고 있다.

김 박사는 만주에 살던 어린 시절에도 해방 전 정계비 지역을 두 번이나 찾아갈 정도로 간도에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만주어를 해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가 자기들의 속국이라고 억지를 쓰고 있는 것에 대해 김 박사는 “대다수의 국민이 만주가 유사 이래 중국의 땅이었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중국인이 만주를 차지한 것은 100여년에 불과하다”며 “만주 대륙은 우리 선조들이 가장 먼저 자리 잡아 3000년 이상이나 살았던 유서 깊은 곳으로 언젠가는 되찾아야할 땅”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우리 민족이 만주에 첫 정착한 시기에 대해 “만주의 여러 지역에서 북방식 신석기?청동기시대의 유물과 유적,석관묘와 적석묘,빗살무늬 토기 등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6000년 전에 만주에 정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동방사회복지회 창립자이자 원로 사회봉사활동가로 유명하다. 지난 18일은 이 단체의 창립 33주년 기념일이었다. 김 박사의 근검절약 정신에 따라 창립기념식은 예배로 대신했다. 평안북도 의주 출생으로 1936년 8월 만주 봉천성 통화현에서 태극회를 조직하고 일본어 상용반대,양곡공출 반대,조선어교과서 폐지 반대 운동 등을 펼쳤으며 내무부차관,해외개발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국민일보 / 윤중식 기자 2005-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