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칼럼] 과학기술과 역사인식

얼마전 고구려를 둘러싼 논쟁으로 떠들썩하더니 요즈음은 독도 때문에 야단이다. 도둑이 내 물건을 자기 물건이라 외쳐대는 꼴이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당연한 일을 구차하게 설명하려니 그것도 못해 먹을 짓이다.

그러나 큰 숨 한번 들이쉬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그러한 일이 있기까지 우리는 우리 역사에, 겨레에, 나라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가치관과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돌아 볼 일이다.

우리 것을 조금이라도 강조하고 챙기려 하면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너무 폐쇄적이고 국수적인 자세가 아니냐며 은근히 우리의 과거와 역사에 대하여 무관심한 모습을 취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심지어 역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앞일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라도 하면, 과거에 얽매인 사람쯤으로 매도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한 건전한 비판의식은 미래 발전의 기틀이 된다. 또한 변화가 빠른 사회와 분야일수록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무섭게 변하고 있는 분야의 하나가 과학기술이다. 조금이라도 뒤떨어지면 못살 것처럼 앞만 보고 저돌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분야일수록 철저한 역사인식이나 과거경험과 유산에 대한 성찰없이 잘못된 가치와 연결된다면 삶을 이롭게 하기는 커녕 무서운 재앙으로 닥쳐오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학이 모든 것의 참과 선처럼 인식되면서 끝없는 팽창을 계속하리라고 맹신하기보다는 지나온 역정 속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기억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살아온 한 인간의 삶이 사회의 귀감이 되듯이, 과학기술도 수많은 역사자료의 축적과 해석, 반복된 실험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그것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관념을 태동시킨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인식을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대전일보 2005-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