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北붕괴 위해 '정보조작 연합전선'?

지난 2월초 미언론에 보도돼 큰 파문을 일으켰던 ‘북한의 대(對)리비아 우라늄 물질 판매설’은 한-중 양국이 미국의 6자회담 구상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등 동맹국들에 흘린 ‘가짜 정보’였다는 보도가 나와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일본정부의 납북피해여성 '가짜 유골' 주장이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라는 최근 <네이처>지의 보도와 맞물러, 미-일 양국이 연대해 북한체제 붕괴를 위해 거짓 정보를 의도적으로 확산시켜온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WP, "美, 對北압박위해 동맹국에 ‘가짜 정보’ 전달"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20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미국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올 해 1월말과 2월초에 걸쳐 마이클 그린 미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선임국장과 NSC 고위관리인 윌리엄 토비를 통해 한-중-일 등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 핵물질을 수출했다"는 정보를 통보했으나 이는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해 '조작된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당시의 핵물질 거래에 정통한 이 두 명의 관리들은 '내부 고발'을 통해 “북한이 핵물질을 공급한 국가는 파키스탄이었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파키스탄이 이 물질을 리비아에 재판매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북한이 이 2차 거래를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또한 미국은 한국 등 관련국들에 정보를 제공할 때 ‘미국 정보기관들이 그 물질은 파키스탄에 의해 구입됐으며 파키스탄 정부 소유의 콘테이너에 실려왔다고 믿고 있다’는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그 우라늄은 파키스탄 회사를 통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운송됐으며 리비아로 이동됐다"는 점도 알리지 않았다.
  
WP는 또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CIA의 포터 고스 국장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언급했지만 CIA가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공급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한 바 없었다”고 덧붙임으로써 미국의 정보조작 주장을 뒷받침했다.
  
미 백악관은 이와 관련,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하고 다만 한 고위 정부관리만이 “미 정부는 동맹국들에게 북한 핵확산 활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이 브리핑은 파키스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 판매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델 카디르 칸 박사가 운영한 불법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됐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WP 보도를 반박했다.
  
"'北, 리비아 우라늄물질 판매'정보 거짓", 美 '거짓 정보' 통해 언론플레이도
  
북한이 우라늄 물질을 리비아가 아닌 파키스탄에 판매했다면 문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으로, 북한과 파키스탄과의 거래는 이미 다 알려져 있는 것이며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 WP도 “북-파키스탄 거래는 동맹국들에게 새로운 소식이 아니며 동맹국들은 그러한 거래를 수년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를 주권국가간 교역 문제로 바라봤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WP는 지난달 2일 “미 정부는 과학적 실험을 통해 북한이 리비아에 정제된 우라늄(6불화우라늄)을 팔았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해 커다란 파문을 낳은 바 있다. 당시 이같은 보도는 북한에 새로운 큰 압력으로 작용했으며 "북한이 새로운 핵무기 국가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주장에 첫 번째 증거로 제시됐었다.
  
WP는 이와 관련 20일 기사를 통해 “당시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관리들이 관련국에 정보를 브리핑했음을 (우리에게) 알려줬고 이들은 ‘이 브리핑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던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한-중-일 3국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고는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전언이다.
  
"한-중, 6자 틀 이탈 조짐에 정보 조작 제공", 대테러동맹 파키스탄 행위는 은폐
  
한편 부시 정부가 이처럼 북한을 고립시키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가짜 정보’를 동맹국들에게 고의로 통보한 것은 한국과 중국 등 6자회담 주요 당사국들이 미국의 의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위기감의 산물로 알려졌다.
  
이 정보를 폭로한 두 관리들은 “당시의 거짓 정보 통보는 한국과 중국이 6자회담에서 이탈하려 하자 서둘러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WP는 이와 관련 “6자회담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부시 정부로서는 6자회담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한국과 중국이 6자회담 이외 북미 직접대화 등 다른 회담 형식을 요구하자 미국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대리비아 핵물질 수출설'을 조작해 흘렸다는 것이다.
  
WP는 이밖에 미국이 거짓 정보를 흘린 또다른 배경으로는 파키스탄의 대테러전쟁에서의 역할을 지적했다. 이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은 알카에다 지도부들을 체포하는데 주요 동맹으로 활약하고 있는 파키스탄을 두둔하기 위해서 우라늄 물질의 구매자이자 판매자인 파키스탄의 역할은 고의로 은폐했다.
  
이에 대해 2003년 8월까지 부시 정부의 대북 협상대표로 활동했던 찰스 프리처드는 “부시 정부는 그럴만한 가치도 없고 동시에 미국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파키스탄에 무임승차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동맹국들이 전체 돌아가는 맥락을 알게 된다면 이러한 무임승차 제공은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北, 美거짓정보 반발로 6자 무기 연기. 라이스 방문, '해명'위한 수순"
  
하지만 이같은 거짓 정보는 곧 한국, 중국 등으로부터 그 진실성을 의심받기 시작했으며, 북한도 지난달 6자회담 무기한 연기를 선언함으로써 미국의 정보조작에 강력반발했다고 WP는 전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도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그린과 토비의 한-중-일 방문과 절대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거짓 정보 통보를 이용한 대북 압박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콘들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이 동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는 이유도 바로 “미국 정보가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난 데 따른 악영향을 수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6자회담을 궤도로 다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19~20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데 이어 20~21일에는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정보 신뢰성 또다시 무너져
  
미정부의 이같은 거짓 정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를 또다시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시 정부는 2년전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제시했던 이라크의 WMD(대량살상무기) 보유가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적으로 이라크전의 대의명분을 완전 상실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정보 조작은 최근 일본정부의 납북피해여성 '가짜 유골' 주장이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라는 최근 <네이처>지의 보도와 맞물러, 미-일이 손을 잡고 북한체제 붕괴를 위해 거짓 정보를 의도적으로 확산시켜온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미-일 정보조작 연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6자회담은 결정적 파국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향후 미-일과 한-중 사이에도 긴장관계가 불가피할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프레시안 / 김한규 기자 2005-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