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북한진출 급증

중국 자본의 북한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중국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진 이후 중국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북한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농업에서부터 광산개발에 이르기까지 투자 분야도 다양하다.

21일 중국 상무부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대북 농업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농업투자를 주도하는 곳은 중국농업과학원 첨단농업기술산업원이다. 연구소의 자오스파(趙世發) 원장은 북한 농업투자를 위해 이달 초 평양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평양 인근에 대규모 유기농산물 생산단지를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북한 농업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경제전문지 경제관찰보는 자오 원장이 북한에서 유기농산물을 생산해 한국과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은 광산개발에도 뛰어들고 있다. 중강(中鋼)그룹은 몰리브덴 광산 개발을 위해 북한과 협의 중이다. 북한은 지난달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연간 1만t 이상의 몰리브덴을 생산, 전량 수출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광산개발에는 중강그룹뿐 아니라 다른 국영광산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최대 상인집단인 원저우(溫州) 상인은 평양에서 택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7억위안(약 1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중국에 북한투자 바람이 일면서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정부는 북한투자조사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의 중국방문 기간 중국과 북한 사이에 처음으로 경제협력을 위한 정부 간 실무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이다. 경제관찰보는 박 내각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22∼27일 사이에 중국 상무부와 북한이 제1차 북중경제무역과학기술연합위원회를 갖는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북한소식통은 “박 내각총리의 중국 방문은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북중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투자유치 열기도 뜨겁다. 김정빈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국장은 “중국 상인의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 노동자의 최저임금도 내렸다”고 밝혔다. 외국 투자기업에 적용되는 북한 내 최저임금은 월 60∼80유로 선.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를 40유로로 내렸다. 중국보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중국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세계일보 / 강호원 특파원 2005-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