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맞서

'잊혀진 나라' 가야에 관심을 김한종의 우리문화 우리역사

기원 전후부터 6세기 후반까지 낙동강 하류 지역에 있던 여러 나라를 통틀어 ‘가야’라고 부른다. ‘삼국시대’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야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같은 시기에 한반도에 존재했지만 그 역사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잊혀진 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학교 역사수업 시간에도 그리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 ‘설화에 나오는 김수로왕에 의해 세워진 나라’, ‘일찍이 철기 문화와 벼농사가 발달하고, 일본이나 한 군현과 무역을 한 나라’, ‘여러 개의 작은 나라들이 점차 통합되어 연맹 왕국을 형성했으나, 끝내 중앙집권적인 통일 국가에는 이르지 못한 나라’, ‘백제와 신라의 공격을 받아서 점차 세력이 약해지다가, 마침내 신라에 의해 멸망한 나라’ 정도다. 이와 같은 역사적 지식은 가야가 고구려, 백제, 신라에 비해 발전 단계가 상당히 뒤떨어진 나라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물론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우리가 가야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가야의 역사를 별도로 다루고 있지 않다. 신라가 가야를 공격한 기록이나, 김유신, 우륵과 같은 가야계 인물의 이름이 나올 뿐이다. 11세기 후반 고려 문종 때 <가락국기>라는 가야 역사를 담은 역사책이 만들어졌지만, 이마저 직접 전해지지 않고 그 내용 중 일부만이 13세기 후반에 나온 <삼국유사>에 실려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일본 역사책에 가야에 대한 기록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가야의 역사에 대한 연구도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활발했다. 이 때문인지 가야는 그 자체의 역사나 한국사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자주 언급되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임나일본부’설이다. ‘임나’는 ‘가야’ 지방을 가리킨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 정권이 4세기 후반 한반도 남부에 진출해 가야 지방에 ‘일본부’라는 기관을 두고, 6세기 중엽까지 약 200년 동안 가야, 백제, 신라를 지배했다는 설이다. 임나일본부는 그 존재 여부와 성격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임나일본부설은 현재 한국 학자는 물론 대부분의 일본 학자들에 의해서도 부정되고 있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검정 신청한 일본 중학교용 역사교과서에서는 ‘4세기 말 백제의 원조 요청을 받은 일본 야마토 조정이 바다를 건너 출병해, 한반도 남부의 임나(가야)라는 땅에 거점을 구축했다고 추정된다’고 함으로써, 임나일본부설이 사실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임나일본부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겠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사의 한 부분으로서 가야사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고대사 부분에서 역사 왜곡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김한종 / 한국교원대 교수>

(한겨레신문 2005-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