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북한은 주권국가... 공격의사 없다"

한국을 방문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0일 "북한은 주권국가"라며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낮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라이스 장관은 이렇게 말하면서 "북한은 그들이 원하는 안전보장 등을 6자회담에서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6자회담이 북한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점에 한·미 간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반 외교부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한·미 양국은 6자 회담에서 북한이 갖고있는 우려를 포함한 모든 관심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진지하게 협상할 것"이라며 "북·미간의 양자 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주권국가'라고 언급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대해 미국이 북한의 분위기 조성 요구에 간접적으로 반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발언은 지난 19일 일본 방문 때 처음 나왔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좋은 발언'이라고 이날 오전에 평가했었으며, 일본 <아사히신문>도 20일 미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게 당근을 제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20일 한·미 외무장관 공동회견에서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것은 사실(fact)"라고 언급 했다. 말 그대로 현재 상황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을 의미했을 뿐 미국이 북한과 대등한 자세에서 협상하겠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인다.

북·미 양자 회담에는 예민한 반응

사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이라크가 주권국가라는 것을 부인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날 한·미 외무장관 공동기자회견은 이제까지 양국이 누누히 말했던 "북핵 문제를 외교적, 평화적으로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풀겠다"는 말이 반복됐다.

미국은 6자 회담의 틀을 강조하면서 북·미 양자 회담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들과의 일문 일답에서 "북핵 문제는 결코 북·미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인 문제"라며 "일본·중국·러시아 등 이 지역 모든 나라들이 비핵화된 한반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북핵문제가 북·미간의 문제라는 것은 북한의 오랜 주장으로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근거가 됐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북·미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지역 문제라는 것은 미국의 근본입장으로 절대 불변임을 강조한 것이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에 반기문 장관이 "6자 회담에서 미·북 간 양자회담을 갖는 것은 상호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라이스 장관은 이에대해 발언을 자청해 "6자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과 북한은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바로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른바 6자 회담 안에서의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 한·미 양국이 느끼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본에는 쇠고기 수입 금지 철폐 강하게 요구

이날 공동회견에서 라이스 국무 장관이 가장 확신있게 말한 것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였다.

한 한국 기자가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어 있는데 미국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찬성했다"며 "하필이면 이 시점인가? 이 문제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라고 공격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지난해 8월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공식적으로 지지 성명을 했다"며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는 힘보다는 아이디어로 전개되는 세계"라며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같은 이념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일본 조치대학 연설에서도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을 지지했었다.

라이스 장관이 지난 18일 일본을 방문하기 전 미국은 자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때문에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의 일본 수입을 재개하라고 강하게 압력을 가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19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과의 회담에서도 "쇠고기 때문에 미·일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라이스 장관의 일본 방문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핵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인 것으로 보일 정도다.

(오마이뉴스 / 김태경 기자 2005-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