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북아 외교전략 변화한다

슈퍼파워 부상 中견제ㆍ日과는 밀월 유지

北核 문제 대해선 여전히 단호한 입장 견지

라이스 韓ㆍ中ㆍ日방문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외교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 방문을 계기로 뚜렷해졌다. 무엇보다 세계 슈퍼파워로 부상한 중국을 의식한 결과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도18일자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학구도가 중국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번 아시아행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의 관계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정치ㆍ경제ㆍ군사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뿐만 아니다. 아시아 지역을 넘어 석유와 천연자원의 수입 교역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인도 아프리카 수단까지 외교적인 지형을 넓혔다.

미국의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베이츠 질은 "중국이 군사력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를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소프트 파워`에 비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대만 양안 문제에 대해 최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는 비교적 밀월관계로 바뀌고 있다.

부시-고이즈미는 최근 북핵문제, 대만 양안문제 등에서 공조하기로 하는 등 외교적인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이 미국의 이런 아시아 외교전략에 편승해 자위대 강화, 독도 등 주변 국가들의 영토분쟁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보이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긴장관계를, 일본에 대해서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본의 입김을 강화시켜주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방문도 이런 역학관계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존 택식 연구원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과거 일본의 패권주의와 유사하다"며"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헤럴드경제 / 고지희 기자 2005-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