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국학과 교재 서울대 교수진이 썼다…3년간 집필 완결단계

베트남 대학생들은 올 2학기부터 고구려와 발해가 한국 고대사로, 독도가 한국 고유 영토로 명시된 교재로 한국사를 공부하게 된다.

서울대는 16일 하노이대,호치민대 등 베트남 명문 대학 6곳의 한국학과에 서울대 교수진이 한국사 및 한국어 교재를 집필,제공하는 ‘베트남 프로젝트’가 3년여 만에 완결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사 교재는 한국의 베트남 전쟁 파병 등 미묘한 대목마다 양국 교수진이 조율해 객관적 시각에서 기술, 역사분쟁으로 비화된 중국 일본 교과서 문제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프로젝트’로 불리는 교재 작업은 2002년 이한동 당시 국무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구체화됐다. 국립 하노이대 한국학과 교수들로부터 “한국을 배우려는 베트남 학생이 많은데 마땅한 교재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이 전 총리는 10억원대 예산을 마련해 서울대에 교재 제작을 의뢰했다.

서울대 허남진 중앙도서관장이 총책임을 맡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사 교재는 국사학과 송기호 교수 등 5명이, 한국어 교재는 국어교육과 윤희원 교수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한국어 교재는 이미 번역과 검정 절차까지 마쳐 인쇄 중이고, 한국사 교재는 최종 번역본 검토 단계다. 한국사 교재 집필 과정에선 고려시대 화산 이씨가 베트남 왕족이었다는 기록, 한국의 베트남 전쟁 파병, 북한 주체사상 및 김일성 우상화 등 세 가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기술하느냐가 미묘한 문제로 떠올랐다.

베트남 왕족이 고려로 이주해 성(姓)을 받았다는 화산 이씨 문제는 베트남측에 불쾌한 기록일 수도 있지만 화산 이씨 족보 사진을 교재에 싣고 한·베트남 교류 사례로 기술했다. 베트남 전쟁 파병은 미국의 요청으로 한국이 군대를 파병했다는 객관적 서술로 처리됐고, 베트남측은 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면 김일성 우상화 부분은 베트남이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남한 시각의 기술에 난색을 표했고, 집필진이 이를 수용해 다루지 않았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베트남에서 한국학과는 졸업 후 100% 취업이 보장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민일보 / 노용택 기자 2005-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