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벌레 장식유물’ 왜 공개 못하나

경주박물관의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금동제 말 안장틀’과 ‘발걸이’는 현재 글리세린 용액 속에 담겨져 빛이 차단된 채 소장돼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훼손시키지 않고 보존처리할 방법이 없어 수장고 암실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신용비 경주박물관 보존실장은 “빛을 볼 경우 비단벌레 날개의 찬란한 색상이 검게 변한다”며 “한번 훼손되면 영원히 사라지는 문화재의 특성상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들의 학술연구를 위한 공개도 제한되는 실정”이라며 “실제 일본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날개장식의 상자 등은 이미 색감이 다 바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장틀과 발걸이는 1973~75년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이 발굴한 경주의 황남대총에서 출토됐다. 경주시내 고분 중 가장 규모가 큰 황남대총은 5세기 조성된 신라 왕릉급의 부부무덤으로 남분과 북분이 붙은 쌍분이다. 비단벌레 날개 유물은 황남대총에서 나온 7만여점 유물의 일부다.

황남대총 발굴에 참여했던 윤근일 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비단벌레 날개 장식 유물은 1,500여년 전 신라인들의 찬란한 문화의 한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라며 “당시의 수준높은 세공기술과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비단벌레는 딱정벌레과로 일본 용어로 ‘옥충(玉蟲)’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단벌레는 죽더라도 그 날개는 화려한 금녹색을 유지해 고구려, 신라 등에서 최고 지배층의 의복, 허리띠, 마구류의 장식으로 활용됐다. 비단벌레 날개 수 천장으로 장식된 황남대총 출토 유물은 일본이 자랑하는 옥충주자(玉蟲廚子·소형불상을 모시는 목조 감실)보다 제작 연대가 200여년이나 앞서는 것으로 지금까지도 화려한 빛깔이 잘 남아 있어 신라문화의 진면목을 느끼게 해준다.

2003년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고대 의복을 재현한 민속박물관 김영재 학예연구사는 “빛의 방향에 따라 비단벌레 날개의 색감이 환상적으로 변화한다”며 “현재도 이 색감을 이용한 장신구 등이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 도재기 기자 2005-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