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교폭력’ 제대로 알자

‘일진회’ 문제가 한 일선교사에 의해 드러나면서 두가지 반응양상을 보이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진회가 “있다” “없다” “증거가 불충분하다”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상담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지금 학생들 세계에 만연되어 있는 폭력문화는 일진회뿐만 아니라 학교 안팎으로 학생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해야 하는 훨씬 광범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진회’라는 사건, 사고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어른들의 시각이다.

일진회 소탕으로 끝날까?

실제로 선후배 사이에 서열화, 조직화되어 지역의 조직폭력배와도 연관이 있는 폭력서클(현재 ‘일진회’라고 불리는)이 있는 반면 자칭 일진회라며 이를 모방하려는 폭력성향의 학생그룹이 상당수 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소위 ‘노는 학생들’ 그룹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모두를 일진회라고 규정하며 범죄조직처럼 취급해서도 안될 일이다.

학교폭력은 일진회든 아니든 폭력적인 학생들로부터 사소한 장난이나 놀림, 괴롭힘, 따돌림으로 시작하여 금품갈취, 폭행에 이르기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피해학생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지속되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다. 주먹 센 급우로부터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다가 학교를 스스로 떠나는 아이들, 선배로부터의 지속적인 갈취와 폭행으로 정신증 환자가 되는 아이들, 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아이들….

학교폭력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중학교에서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고, 고등학교에서는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청소년의 발달적 특성, 주어진 과제나 환경, 학교폭력의 실태추이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대변한다.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들의 20% 내외가 학교폭력을 경험한다고 조사되었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실태조사는 지극히 낮은 2~3%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학교에서 의뢰된 가해학생 중에서 ‘조금 말썽을 일으킨 정도’로 의뢰받아 상담을 해보면 실제는 훨씬 더 심각한 폭력적 위험성과 경험을 가진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학부모 또한 아이들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라도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부처가 나서서 학교폭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학교에 경찰을 투입하고 자진 신고기간을 두어 마치 범죄조직을 잡겠다는 식의 접근방식은 단순히 일진회라는 조직을 해체하겠다는 것이지, 앞서 말한 학생들 세계에서 문화처럼 숨쉬고 있는 학교폭력의 본질적 특성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결과에서 나온 대책이며, 이로 인해 학교폭력의 실체는 오히려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선언아닌 행동이 필요한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드러내놓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학교의 인식전환과 적극적 의지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어른의 시각이 아닌 학생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폭력의 문제는 “Here and Now (지금 당장) 풀어야 한다”는 노르웨이의 접근방식이나, 학교폭력을 범죄로 규정하며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발벗고 나서서 전 국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한 영국의 사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학교폭력 근절.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너의 문제 혹은 나의 문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우리의 문제이다.

<임재연 /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실장>

(경향신문 2005-3-14)

'벌거벗은 임금님' 교육청

'일진회' 사건은 충격적이다.

또 다른 충격은 교육계의 현실 인식이다.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교육 당국의 시각이 문제다. 남들이 모두 알고 있는 문제를 교육 당국은 애써 외면하는 것 이 꼭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읽는 것 같다.

지난 9일 한 일선학교 교사가 일진회 폭력 실태를 공개했다. 같은 날 서울시 교육청이 출입기자를 상대로 이 교사가 폭로한 일진회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일 진회 파문과 관련된 학교 폭력 종합대책 브리핑이다.

일진회 폭력 실상이 워낙 충격적이었고 크게 보도됐기 때문에 교육청의 브리핑 은 조그맣게 보도돼 적지 않은 독자들이 그 내용을 지나쳤을 수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부 학교 현장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적인 폭력 단체들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런 말도 했다. "일진회 관련 신고가 들어와 조사해 보면 또래 집단이었을 뿐 이고 일진회 실체는 없었다."

정리해 보면 교내에 조직적인 폭력은 없다는 말이다. 우발적인 폭행사건만 있을 뿐 조직적인 폭행은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우발적으로 벌이는 싸움만 있다는 말로 들린다.

교육청의 이런 인식에 급기야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한마디 했다. "교육계가 제때 대처하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1일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 때의 일이다. "학교 내에 조직적인 폭력 단체는 없다"던 교육계 설명이 부총리의 질타와 여론의 비판 이후 다소 바뀌었다고 한다. 폭력 단체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선 취재기자들이 전하는 분위기다. 따지고 보면 기자가 중ㆍ고등학교를 다니던 30여 년 전에도 교내 폭력은 있었다. 물론 학교에 폭력 조직도 있었다. 조직적이냐 아니냐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 시절에도 폭력 단체 혹은 또래들로 구성된 학교 내 폭력집단은 존재했다.

"일부 학교 현장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적인 폭력 단체들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런 교육 당국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30여 년 전에도 있었던 교내 폭력 조직 혹은 또래들로 구성된 교내 폭력집단이 지금은 존 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교육 당국의 훌륭한 교육정책 덕분에 학교 폭력이 사라졌다는 말인지 아니면 교내 폭력과 폭력 조직을 애써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외면하려는 건지 지나가던 소가 그 말을 들었어도 웃었을 것 같다.

교내 폭력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 일진회와 같은 학교 내 폭력 조직을 피해 이민을 가거나 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갔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국내에서 전학을 가면 폭력 서클끼리 연락이 돼 계속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에 외국으로 전학을 갔다가 다시 잊혀질 만하면 국내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현실은 이런데 학교 당국은 교내 폭력을 애써 무시하려 한다. 따지고 보면 교육 당국만도 아니다. 일선 교사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교내 폭력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 가해 학생과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교내 폭력에 대해 쉬쉬하며 지낸다.

교육 당국의 말처럼 학교 내 폭력 조직은 일진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학교에서 엄연하게 폭력이 횡행하고 있고 또래들로 구성된 단체 혹은 집단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학교 밖에까지 조직화됐건 혹은 학교 내에서만 조직화돼 있건 조직화 여부는 이차적이다. 학교에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다.

"일부 학교 현장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적인 폭력 단체들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 말은 현재 교육 당국이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진솔한 시각인 것 같다. 말꼬리를 잡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교육 당국은 학교 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폭력 없는 학교'를 지향하는 것이 교육 당국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교내 폭력이 존재해도 애써 우발적인 폭력만 있을 뿐 조직적인 폭력은 없다고 강변한다. 현실에는 분명히 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외면한다. 현실을 애써 보지 않으려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다.

이제는 반대 방향에서 문제를 풀어볼 필요가 있다. 학교 폭력의 존재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학교에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폭력 조직이 있다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그럼 해답은 간단해진다. "없다"고 애써 쉬쉬하며 감출 것이 아니라 교내 폭력을 막아야 하고 폭력 조직을 해체시켜야 한다. 필요하면 선도를 해야 하고, 또 경찰을 동원해서라도 단속을 해야 한다. 굳이 숨기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의 자녀와 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매일경제 / 윤덕노 사회부장 2005-3-14)

"일진회 신고말라" 일선학교 덮기 `급급'

`교사.학교평가에 불리할라' 쉬쉬..신고제도 개선 필요

학교내 폭력조직인 `일진회' 근절을 위해 교육부와 경찰이 적극 나섰지만 정작 일선학교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쉬쉬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와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교내문제로 여겨 근무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현재의 불합리한 교원평가제도를 개선하고, 학교폭력 해결에 학교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우리 학교엔 일진회 없다" =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다음달까지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접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중ㆍ고교는 학교폭력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만 애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부 교사들이 교내 불량서클에 속한 학생들을 불러다 "자진신고할 생각 말아라. 우리 학교에 일진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입단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중학교의 모 교사는 "지난주 교장이 교무회의를 열고, 학교폭력 문제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했지만 학생들의 학교폭력 신고를 당부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교폭력 단속은 이따금 이뤄졌지만 학교측은 항상 학교폭력 문제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데만 신경써 왔다"며 이번 학교폭력 신고 접수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학교폭력 피해신고를 한 학부모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금품 갈취와 폭행을 당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학교측에 도움을 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제발 이번 피해신고는 제대로 조치가 이뤄졌으면 싶다"고 호소했다.

강남 C중학교 2학년인 송모군의 어머니 박모씨는 "지난해 3월 아들이 집단폭행을 당했지만 학교측은 1년이 다 되도록 이 학교를 쉬쉬하고만 있다"며 학교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15일 학교 앞에서 벌일 예정이다.

교육개혁시민연대의 김대유 대표는 "학교장이나 장학사는 항상 `우리 학교에는 학교폭력이 없다', `언론의 과잉보도가 문제다'는 태도를 취하지만 이러한 은폐는 피해학생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교원평가등 근본 문제점 개선해야 = 일선교사들은 학교측의 이러한 방관 내지는 은폐가 교원평가제도나 인사관리 등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선 중학교의 한 교사는 "승진을 앞둔 교감이나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바라는 교장은 자신들의 학교에서 `문제'가 일어나 자신들의 경력에 결점이 생기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학교 관리자의 안일함을 비판했다.

더구나 일선교사에 대한 근무성적 평정 순위를 매길 때 점수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 `실책' 위주로 점수를 깎기 때문에 되도록 학교폭력 문제를 덮어두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방교육청의 학교평가에서도 `질서를 위한 생활지도 실적' 등의 평가항목이 있어 학교평가를 좋게 받으려는 자들의 문제 은폐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일선 교사는 이러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빚은 황당한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수학여행 때 이른바 `불량학생' 2명이 밤에 몰래 빠져나가 놀다가 물에 빠져 숨진 일이 있었다. 학교측은 사건을 쉬쉬했고, 결국 `한 학생이 물에 빠진 다른 학생을 구하려 뛰어들었다가 죽었다'고 속이며 성금까지 모금했다"고 전했다.

결국 `학교폭력이나 사고가 얼마나 적게 일어났느냐'는 결과 중심의 평가가 아닌 `학교폭력이나 사고 예방을 위해 학교 당국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예방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학교측의 이러한 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세영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운영위원은 "지금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경찰 등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이며 무엇보다 학교당국이 지금까지의 방관자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달 4월까지 실시되는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접수기간에 학교폭력 신고를 많이 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학교폭력 신고접수는 학교당국의 도움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사안이며, 피해학생들의 인권보호와 가해학생들의 선도를 생각해서라도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면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안승섭 기자 2005-3-14)

학교폭력, 경찰-교육청 `네탓' 공방

14일 오후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학교폭력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는 경찰과 교육청 사이에 `네탓 공방'이 이뤄졌다.

이날 간담회는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 주최로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 부교육감 및 장학관, 전남지방경찰청 강력계장과 각 경찰서 수사과장.여성청소년계장,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학교폭력에 대해 관대한 학교와 사회의 온정주의로 인해 최근처럼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또 이른바 '일진회' 등 폭력조직에 대한 존재 여부를 각 학교와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조직은 없으며 유무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에도 뜻을 같이 했다.

그러나 실태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이 처한 입장에 따라 서로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경찰은 "학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은 드러나기 전까지는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교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실태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청은 "사소한 폭력은 존재하지만 학생들의 모든 폭력을 사법 처리 이전에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학교측에 돌려서는 안된다"고 맞받았다.

또 사소한 폭력이 발생하기만 해도 사회가 이를 '일진회' 등 폭력조직으로 몰아 사법처리하는 등 학생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한 경찰서 수사과장이 학교폭력으로 뇌경색에 빠진 한 학생의 사례를 들어 학교측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뇌경색의 원인이 폭력인지가 밝혀지지 않았고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날 간담회에서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건전한 의견도 다소 제시됐다.

광주 서부경찰서 김영근 수사과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일선 경찰 지구대에서 입건해 무조건 경찰서로 넘기고 있다"며 "현재 경찰이 시행중인 `선도조건부 훈방제도'를 지구대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운용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 김재선 기자 2005-3-14)

학교폭력 은연중 미화 … 일부 드라마 영화 폭력 조장에 한몫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 영화, 인터넷 등에서 폭력물이 난무하고 심지어 폭력을 미화하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아 폭력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런 폭력물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폭력에 둔감하도록 하는 측면이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 “나도 일진회였다” = 지난 10일 방영된 KBS 오락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일진회 관련 발언을 놓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출연한 배우 김 모양은 ‘학창시절부터 연예인 데뷔까지 이런 일이 있다’라는 코너에서 “중학교 때 일진, 이진과 친하게 지냈고 방과 후 아지트에 모였다”고 고백했다.

김양은 “아지트에 모인 친구들은 모여서 간단하게 차를 한잔 마셨다”고 언급했는데 ‘차’는 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탤런트 이 모군도 ‘나는 욱! 한 적이 있다’라는 코너에서 버스 운전기사와 시비를 벌인 끝에 요금통을 발로 찼다고 말했다. 이군은 또 초등학교 때 화약을 모아 소형폭탄을 만들어 오락실 간판을 폭파시켰다고 덧붙였다.

출연진들이 폭력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 여과 없이 나가자 KBS 방송국 게시판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권현진씨는 “연예인들이 생각 없이 하는 말을 듣고 학생들이 학교 와서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 어떻게 하나 싶어 걱정이 된다”며 “오락실 폭파 사건이나 버스에서 소동을 부린 일을 과연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시청자 고정애씨도 “일진회에 대한 사회문제로 떠들썩한 요즘 폭력서클 근절에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그걸 자랑거리로 만들어야겠느냐”며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런 방송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내보내선 안됐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7일에는 SBS 모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안 모씨가 자신이 일진회와 유사한 모임에 가담한 사실을 고백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 조폭을 영웅으로 묘사 = 영화의 경우 더욱 심각한데 7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학교에서 싸움을 벌이지만 약자를 보호할 줄 아는 의리파로 묘사되며 은연중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

또 영화 ‘친구’의 경우 폭력조직을 미화하고 폭력배들이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의리를 지킨다는 내용으로 조폭을 미화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지난 1993년 7월 칠성파 행동대장이 조직원을 시켜 당시 이권다툼을 벌이던 신20세기파 행동대장을 살해한 사건을 영화화했다. 칠성파는 1970년 조직된 부산 최대 폭력조직이다. 이들은 2003년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4차례에 걸쳐 흉기 등을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여 5명이 전치 8주 등의 중상을 입고, 20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기도 했다.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만화영화에서 묘사되는 폭력장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화영화에서는 목이 베어져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되거나 악인이라고 지목되면 폭파돼 산산조각이 나도 된다는 식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주부 김성주(35·주부)씨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너무 폭력적이어서 아이들이 시청 후에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폭력적으로 돌변한다”며 “케이블TV 만화영화를 보지 못하게 했더니 훨씬 폭력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내일신문 / 정원택 기자 2005-3-14)

허준영 청장 "학원폭력, 경찰이 적극 나서기 보다는 학교가 자체적 해결해야"

허준영 경찰청장 정례 기자 간담회

초중고 생이 800만여명인데 학원폭력 피해를 당하지 않했더라도,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낭비인가? 또 폭력 학생들에게 밉보이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는 것은 없애야 한다.

교권을 확립해 교사가 학생들 무서워서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바꿔야 한다.

교사들의 경우 자기반에서 학원 폭력이 발생하면 인사 고과점수가 깍이는데, (그러다보니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폭력 가담 학생들을 잘 선도하면 역으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서장과 일선 교장들이 자주 만나서 학교 사정도 얘기듣고, 담당 경찰관도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자주 열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분위기가 잡혀야 신고도 들어오고, 그러나 학원 폭력 조사과정에서 인권이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오는 16일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경찰청이 마련한 학원폭력 대책을 보고하고 반영되도록 하겠다.

◈ 자진신고 유도한 정부 담화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 신고 건수가 적은 것 같다. 왜 그런가? =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신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진지한 신고들이 들어오고 있다. 잘 분석하겠다. 신고 분위기가 위축되서는 안된다. 지속적으로 해야 겠다.

학원 폭력 문제는 원래는 경찰이 적극 나서서 될일이 아니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된다. 그런데 교사들이 학생들 무서워서 지도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이런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 독도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등으로 반일 감정이 악화되고 있는데, 반일 단체의 시위에 대한 경비 대책은? = (경찰청 차장) 현재 반일단체들의 동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화된 것은 모 청년 단체의 일본 대사관 기습 첩보 정도가 들어와있다.

(경비1과장)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과 대사관저, 문화원, 부산과 일본의 영사관 등 일본 관련 시설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겠다.

(노컷뉴스 2005-3-14)

경찰, "학교 폭력 감시 네트워크 만들겠다"

경찰은 "학교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교육부 등과 협의해 학원 폭력을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14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경찰에 접수된 학교폭력 관련 신고와 학교의 상담 결과 자료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해 부처간 정보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학교폭력예방 법률안 개정때 이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허준영 청장은 또 "관계부처와 시민단체, 교원단체, 학부모와 학생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해 학교폭력 추방을 위한 '범국민협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경찰청은 다음달말까지 실시되는 학교 폭력 자진신고 기간중에 182 미아찾기 신고전화와 117 성매매피해여성 긴급 지원전화를 '학교폭력 임시 신고센터'로 운용하고 여기에 시민단체의 전문 상담가를 배치해 적극적인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로 했다.

(노컷뉴스 / 도성해 기자 2005-3-14)

경찰 학내폭력 대책, 피해자 보호 초점

경찰이 14일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은 학교와 정부, 시민·사회단체가 하나되는 입체적인 지원시스템 확립으로 요약된다. 일선 학교는 물론 교육당국, 지역사회 등이 공동으로 학교폭력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진 신고한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선처를, 피해 학생에 대해선 철저한 비밀보장을 담고 있다.

경찰은 이날 학교폭력신고접수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가해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학교폭력 근절대책 뭘 담았나 = 경찰은 교육부 및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청소년 관련 정부부처와 함께 ‘학교폭력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또 경찰관이 피해 학생을 돕는 ‘학교폭력 서포터제’를 시행키로 했다.

경찰은 단기 및 중·장기 계획 등 3부분으로 대책을 마련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에 대처할 방침이다.

단기 계획으로는 ‘학교폭력 신고·지원 원스텝 시스템’을 구축, 학생들의 안전한 학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182’(미아찾기 신고전화)와 ‘117’(성매매피해긴급지원전화) 전화번호를 학교폭력 신고전화로 활용키로 했다. 경찰병원 ‘성폭력 긴급 지원센터’는 ‘여성 및 학교폭력 종합 지원센터’로 확대·개편돼, 24시간 학교폭력 피해를 상담하게 된다. 아울러 신고 초기부터 피해 학생에게 여경을 서포터로 배치해 상담과 보호 조치를 취하고 피해 학생에 대한 치료와 정신과 상담 등을 지원한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전직 경찰관이나 교사 가운데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교내 순찰을 돌며 상담하는 ‘스쿨 폴리스’제도가 실시된다. 청소년 전문 경찰도 따로 육성키로 했다. 또 교육부와 문화부, 정통부 등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교원단체, 학부모, 학생 대표 등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폭력 추방을 위한 범국민 협약’을 체결키로 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일진회 등 폭력집단에 의한 학교폭력을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뿌리뽑겠다”며 “다만 폭력 학생이 자진 신고해올 경우 최대한 선처하고, 피해 학생도 신고를 해오면 신원을 철저히 보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죄질 나쁘면 구속수사 방침 = 경찰은 학교폭력 자진 신고제도를 시행한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8일동안 폭력 15건, 갈취 14건, 상담 7건 등 모두 36건의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해 폭력피해 신고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신고 접수와 관련된 가해자는 95명, 피해자는 62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특히 이날 같은 반 친구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강원지역 고교 1년생 ㄱ군(1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ㄷ양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7차례에 걸쳐 온몸을 구타하고 28만원의 현금을 빼앗은 ㄹ양에 대해 법원에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ㄷ양은 폭력 피해를 담임교사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해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 / 오승주 기자 2005-3-14)

"`학내 인권교육' 도입으로 교내폭력 예방"

시민단체 등 학교폭력 해소 긴급 좌담회

흥사단 교육운동본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시민단체 등은 14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일진회와 학교폭력 해소방안'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심성보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학생들은 학벌주의와 입시위주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간 집단따돌림과 왕따 현상, 교사의 편애와 언어신체적 폭력 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교육체제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위원장은 "학교를 민주주의를 실험장으로 바꿔 자율성과 자치의 공간으로 만들고 교과과정에 학생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등의 제도적 도입이 필요하다"며 학교폭력 근절방안을 제시했다.

한겨레심리상담센터 강숙정 소장은 "학교폭력의 주요 이유는 가치관이나 교육철학이 없이 학생들을 양성해 왔기 때문이다. 교육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아이들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사무처장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경찰력을 동원한 조직 와해가 시도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상담 창구가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장 처장은 또 "자기 인권만큼 남의 인권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학내 인권교육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학생들을 단지 통제대상으로 보는 학교와 교사들의 시각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세영 전농중 교사는 "현재 교사들이 소속 학교가 아니면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권도 없다"며 "한 학교에 그치는 단순형 생활지도에서 혼합형 생활지도로 생활지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언련 김유진 정책실장은 "이번 일진회 보도와 관련 언론은 온갖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 학생들의 일탈행위와 피해사례를 선정적으로 부각시키만 했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차분한 접근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어 "언론은 공개적 성행위나 일진회 조직폭력 연루 주장 등을 넘어 호주제 폐지가 학교폭력을 키운다는 비약적인 보도까지 일삼았다"며 "학교폭력 실태가 심각할 수록 언론은 냉정한 태도를 갖고 보도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 양정우 기자 2005-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