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과서 왜곡 파장] 점입가경 ‘우익 국수주의’

일본의 ‘극우 국수주의’ 움직임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올 들어 한·일관계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언행이 집중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시마네현 의회의 독도의 날 제정 논란으로부터 일본 해경 해상초계기가 독도를 근접 비행한 사건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11일에는 일본내 대표적 극우 보수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 만드는 모임’이 검정신청한 중등교과서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자위대의 외국 군대파견과 평화헌법 개정, 야스쿠니 신사참배 정당화 등 일본의 국수주의 내지 극우보수화 흐름은 국·내외를 관통하고 있는 추세다.

日정부의 ‘공격적 독도정책’

독도 문제만 해도 일본은 지난 1995년부터 정부 차원의 정책적 변화가 감지된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김영구 전 국제법학회장은 “일본은 1965년부터 30년 동안 ‘200해리 보전수역’선포 당시에 독도를 보류할 정도로 ‘겸손’정책을 폈지만 1995년 이후부터는 영토 관할권을 의식해 공격적인 독도 정책을 주장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11일 공개된 ‘새역모’교과서 내용분석 결과를 보면 2001년 후소샤 교과서의 ‘왜곡’ 중심에서 자국의 침략과 만행 등 잘못을 숨기고 은폐, 자국의 피해만 강조하는 교과서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일본 정부는 교과서 검정 기준을 지난 2001년에 눈에 거슬리는 것을 통과시키지 않는 검정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검정으로 바꾸었다.”면서 “2001년 채택률 0.039%를 만회하고 한국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체제나 서술 등에서 교묘해져 정부 차원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새역모’ 주된 칼날은 中 동북공정

윤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은 “새역모 교과서의 주된 칼날은 중국을 향해 있다.”면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의도가 맞물려 한·중·일 어느 쪽도 편이나 적이 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 계속되면 새역모 교과서의 채택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일본 내 이같은 움직임은 단지 극우세력뿐만 아니라 정부내의 조직적 개입이 의심되는 흐름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일민족문제학회 정혜경 박사는 “북한과 일본 사이에 논란이 됐던 유골 문제도 일본 정부가 사전에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고의성이 농후해 보인다.”면서 “특히 ‘전후 60년’이라는 시기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본내 ‘군국주의’부활을 노리는 측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 / 구혜영 기자 2005-3-12)

[日 역사교과서 왜곡] 은폐·삭제···2001년보다 교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2005년도 역사교과서 검정신청본에서 드러난 특징은 ▲한국사의 타율성과 종속성 강조 ▲한반도 위협론 적극 강조 ▲식민지 지배 노골적 미화 ▲침략전쟁의 노골적 왜곡과 미화 등이다. 2001년판에 비해 외형상으로는 판형이 확대되고, 도판과 사진을 많이 넣고 만화도 포함하는 등 시청각 효과를 높였지만 역사 왜곡 정도는 심화됐다.

◇ 대방군 기술 통한 한국사의 중국 종속성 강조 = 5절 ‘중국역사서에 쓰여진 일본’(27쪽)에서 중국의 삼국지 위지 동이전 왜전을 제시하며 대방군을 ‘중국 왕조가 조선반도에 설치한 군으로 중심지는 현재의 서울 근처’라고 기술했다. 이는 2001년도판에는 없는 신설된 내용이다. 안병우 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한신대 교수)은 “대방군의 중심지는 황해도 봉산 지역이라는 것이 통설로 서울 근처에 있었다는 것은 일본 학계에서 일부 문헌기록과 풍납토성의 유물을 근거로 제기한 소수 학설”이라고 분석했다.

◇ 임나일본부설 보강 = 새 교과서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2001년도판에서 문제가 됐던 ‘야마토(大和) 조정이 백제와 신라를 도와 격렬히 싸웠다’, ‘고구려는 백제 수도 한성을 빼앗고 백제 남부를 석권했으나 백제와 임나를 기반으로 한 일본군의 저항에 부딪쳐 정복을 이루지 못했다’는 부분은 삭제했다. 그러나 야마토 조정과 동아시아 부분에 ‘백제를 도와 고구려와 싸우다’라는 소항목을 설정해 일본의 임나지배와 출병을 확실히 서술했다. 또 ‘신라의 대두와 임나의 멸망’ 항목을 신설해 임나일본부설을 보강했다.

◇ 한반도 지배 숙명론 강화 = 2001년 한국 정부가 ‘일본의 방위 명목으로 한국침략·지배를 합리화한다’며 수정 요구를 한 ‘조선반도와 일본의 안전보장’ 부분은 칼럼 ‘조선반도와 일본’(163쪽)으로 재등장, 여전히 청·일 및 러·일전쟁을 자위전쟁이라고 옹호하는 등 한국침략을 합리화하고 있다. 역사교육연대는 이 칼럼의 의도에 대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일본의 안보 관련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19세기 후반부터 1945년 사이에 일본의 대외침략 과정을 전반적으로 호도하기 위해 사전에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새 교과서는 ‘조선의 근대화에 도움을 준 일본’이라는 항목에서 강화도조약을 중국의 청조에 복속된 조선을 청국의 지배에서 분리 독립시키는 것이며 갑신정변 등을 비롯해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것으로 기술했다.

새 교과서는 러시아위협론을 강조해 러·일전쟁 발발 책임을 러시아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더욱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2001년에 한반도를 지배할 국가를 ‘일본에 적대적인 대국’으로 표현했지만 새 교과서에서는 이를 ‘러시아’로 명시해 러시아의 침략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또 한국정부가 2001년 수정을 요구한 ‘조선북부에 군사기지를 건설했다’는 부분과 ‘이대로 두면 러시아의 극동에서 군사력은 일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되는 것은 명확했다’는 부분을 그대로 수록했다.

◇ 한국병합 정당화 강조 = 한국병합 항목(170~171쪽)에서 달라진 부분은 식민지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식민지 미화론’을 강조한 점이다. 2001년 일본정부가 자체 정정을 신청해 삭제됐던 문장이 새 교과서에는 다시 등장했다. 또 ‘일본’을 ‘조선총독부’로 바꿔 근대화의 주체를 구체화했다. 역사교육연대는 “이전 교과서에 비해 조선에 대한 침략과 지배사실을 은폐하고 합리화하려는 관점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병합과 관련이 없는 ‘인물칼럼: 대만의 개발에 힘을 기울인 야쓰다 요이치(八田與一)’를 171쪽의 3분의 1이나 할애해 대만에서도 역시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일병합을 정당화했다. 역사교육연대 안위원장은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려는 조선인, 지배로 고통받았던 조선인을 부각시키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에게 조선과 대만을 지배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가해 은폐와 일본 피해 강조 = 일본 식민지 지배 실상을 보여주는 부분은 2001년에 비해 축소된 데다 내용도 사실을 왜곡하는 쪽으로 개악됐다. ‘전시하의 생활’ 항목(208~209쪽)은 국민의 동원과 공습의 피해만 언급하고 국민 동원정책에 반발한 조선인, 중국인이 있었다는 부분은 배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조선인과 중국인 모두가 전시에 자발적으로 협력한 것으로 오해할 여지를 남겼다. 또 2001년판에 ‘여러 가지 희생이나 고통을 강요했다’, ‘창씨개명을 강제로 사용하게 했다’는 등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서술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라졌다.

특히 미군이 1945년 3월10일 감행한 도쿄대공습과 오키나와 점령으로 일본인 사상자를 적시한 ‘공습의 피해’는 2002년 발행된 교과서에 없던 내용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사교육연대는 “오키나와전 때 일반 주민 4분의 1 이 사망한 것은 본토결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끌기 때문인데도 이를 언급하지 않는 등 공습의 피해만 강조하는 것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 조찬제 기자 20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