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전·현직 구리 시장 이전투구

경기도 구리시가 전·현직 시장간의 해묵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무원간에는 파벌이 조성돼 시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 태풍이 휘몰아치고, 전직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백지화함으로써 엄청난 예산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시정이 멍들고, 시민만 골탕을 먹으면서 구리시가 민선 자치제 시행의 대표적인 폐해지역이 됐다는 자조 섞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 전임 시장의 고구려사업 = 구리시는 초대 민선시장에 이무성, 2대 시장에 박영순에 이어 현재 3대 시장에 이무성 시장이 다시 당선됐다. 전남 목포 출신인 박영순 전 시장은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해 이무성 시장을 누르고 2대 시장에 당선된 이후 ‘고구려’를 테마로 다양한 정책을 전개했다.

토평 택지개발사업으로 개설된 도로를 ‘광개토대로’라고 명명하고, 토평동 아차산 일대 10만여평에 15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고구려 테마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또 시민의 문화예술축제를 ‘고구려문화예술제’라고 명명하면서 고구려를 테마로 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박 전 시장은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의회에서 사사건건 제지를 당하거나 발목을 잡혔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 잇따르는 잡음 = 3대 민선시장에 당선된 이 시장은 박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이 지역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고구려사업을 대부분 백지화했다. 광개토대로 이름 대신 장자못대로라고 명명하고 도로표지판을 교체했으며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테마공원도 전면 백지화했다.

또 고구려문화예술제는 ‘구리문화예술제’로 이름을 바꿔버렸다.

박 전 시장을 지지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보복인사를 단행해 한직으로 발령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흉흉한 분위기다.

이 시장이 이렇게 전직 시장의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에 대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돈을 내지 않았다는 내용이 알려져 곤욕을 치르고, 시의회 정기회 개회 등 중요한 사안을 뒤로 한 채 강원도로 골프를 치러갔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시민단체가 이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는가 하면, 시장이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구리시의 한 공무원은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행정이 오락가락 하는 게 안타깝지만 분명한 현실”이라며 “행정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전·현직 시장의 싸움을 보노라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 멍드는 시정 = 전·현직 두 시장의 갈등으로 인해 시정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백지화함으로써 연구용역비 등 수억원의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공무원들은 시장에 따라 두 패로 갈려 시장이 바뀔 때마다 파행인사가 빚어지고 있다. 시장이 하는 사업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행정이 엉망이 되고, 급기야는 민선보다는 관선이 더 낫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민 김모(40·여·수택동)씨는 “내년 선거에서는 시민의 이익을 뒷전으로 한 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만 열을 올리는 인사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고 분개했다.

(세계일보 / 신상득 기자 2005-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