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간도에서 대마도까지’

KBS1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는 2개의 섬이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하나는 조산만호 시절 이순신이 여진족의 침공을 막지 못하고 비참한 패배를 맛본 두만강 하류의 섬 녹둔도이고, 다른 하나는 경상우수사로 부임한 원균이 정벌을 꿈꾸는 섬 대마도다. 이 두 섬은 모두 우리 영토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남의 나라 땅으로 편입돼 있다.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무릅쓰며 목숨을 걸고 지켜낸 녹둔도는 두만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북쪽 연해주와 이어졌고, 1860년 러시아가 베이징(北京)조약으로 연해주를 얻어내면서 자국영토라고 명문화했다. 그러나 조선이 1880년대 녹둔도 지역을 조사했을 때 그곳에 사는 100여 가구는 모두 조선인이었다. 이에 대한제국은 러시아에 녹둔도 반환을 요구했으나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대마도도 세종실록과 동국여지승람에는 경상도 계림에 속하는 우리 땅으로 기록돼 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포함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지도에도 빠짐없이 우리 영토로 들어가 있다. 1868년 쓰시마한(對馬藩)이 일본 메이지(明治) 정부에 올린 봉답서에도 “조선에 대해 번신(藩臣)의 예를 갖추어 수백 년간 굴욕을 받았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독도처럼 대마도도 국경선 일대의 섬을 비워둔다는 ‘공도(空島) 정책’으로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게 되고 임진왜란 때 조선 정벌의 전진기지가 되면서 일본 영토로 굳어졌다.

이 책은 이처럼 근대적 국경 구획의 과정에서 빼앗기거나 잊혀진 우리 땅을 현장 답사하고 역사적 고증을 소개한 동아일보 창간 84주년 연재 기사 ‘우리 땅 우리 혼, 영토분쟁 현장을 가다’를 엮은 것이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6개월간 24회에 걸쳐 연재된 이 기사들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맞서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독도를 영토 분쟁화하려는 일본에 맞서 대마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내외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학계에서는 ‘한국영토학회’가 창설됐고, 국회에서는 일본과 청나라가 1909년 체결한 ‘간도협약’이 원천 무효라는 결의안이 제출됐다. 중국과 일본 정부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2004년 관훈언론상을 받은 이 기획연재물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영토 문제에도 구체적 현장증거를 제시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보였다. 1712년 청나라와 조선 간 국경을 구획한 백두산정계비에 등장하는 토문강이 두만강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장심층취재를 통해 그보다 북쪽에 있는 쑹화(松花)강 지류인 우다오바이허(五道白河)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민족 주체성을 강조해 온 북한이 1962년 중국과 비밀리에 체결한 중조변계조약(中朝邊界條約)으로 간도는 물론 백두산 천지의 5분의 3을 내줬고, 1990년 옛 소련과 국경조약을 체결하면서 두만강을 국경선으로 삼아 녹둔도를 포함한 연해주 일대의 영유권을 포기했음을 뚜렷이 보여 줬다. 한반도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한 압록강 하류의 신도(薪島)가 1960년대부터 중국의 도상(圖上) 침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 줬다.

지도상에 선으로 존재하는 국경 개념은 근대의 산물이다. 이전에는 느슨한 면(面)으로서 존재하는 변경이 있었을 뿐이다. 한국은 변경이 국경으로 바뀔 전환기에 국력이 쇠약해 많은 영토를 빼앗겼다. 그렇다면 국경 개념이 모호해지고 다시 변경 개념이 대두하는 이 전환기야말로 그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간도에서 대마도까지 / 임채청 등 지음 / 213쪽·8500원·동아일보사

(동아일보 / 권재현 기자 2005-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