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교과서 왜곡] 러시아 학계선 “발해가 고구려 계승”

지난달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학술대회가 이틀간 열렸다. 남북한 및 러시아 학자들이 참가한 이 학술대회에서 러시아 극동 역사고고민속연구소 연구원들은 한결같이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주장을 폈다.

블라디 슬라브 볼딘 역사고고민속연구소 중세연구실장은 ‘크라스키노 성터 연구사’ 논문에서 “크라스키노 성터(발해의 62개주 중 하나인 염주의 성터)에서 고구려의 축성술,온돌시설,토기들을 이어받은 유물들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브게니아 겔만 연구원은 ‘발해의 도자기와 영역내 상호교환과정’ 논문에서 “고구려 도자기 기법을 계승한 발해의 대표적 도자기인 삼채(세가지 빛깔을 내는 도자기)가 러시아에서 더 완전한 모습으로 발굴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이블리예프 연구원도 연해주지역의 발해유물 발굴사를 집대성한 ‘러시아 연해주지역의 발해유적지’ 논문에서 “19세기부터 연해주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유적 연구결과 발해문물이 고구려의 기술을 계승한 흔적들이 쉽게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또 니콜라이 크라딘 연구원도 러시아지역 비문을 연구한 ‘발해의 성립과 투르크 룬문자’ 논문을 발표, 발해의 주체를 고구려와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에는 중국 못지않게 발해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고 연구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이같은 러시아 학계의 연구결과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10년이 넘는 기간에 러시아 학자들과 발해유적 공동 발굴을 진행하고 토론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러시아 연해주지역 발해유적 조사보고를 보면 그 발굴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발해와 고구려의 관련성에 대한 언급도 늘고 있다. 1993년 발굴이 시작돼 지난해부터 고구려연구재단과 러시아 극동 고고민속연구소 소속 고고학자가 함께 발굴에 참여한 크라스키노 성터에서는 한반도와의 교류를 확인해주는 불교사원지 및 거주흔적이 발견됐다.

고구려 유물과 비슷한 성격의 머리핀,쇠·청동 허리띠조각,문고리 장식들도 대거 발견됐다. 우스리스크 인근의 체르냐티노 유적과 연해주 북단 가르바트카 유적에서도 고구려의 축성술과 온돌구조,우물,도자기 등이 발견되고 있다. 또 당시 발해인들이 섭취한 음식,곡식 군이 발견돼 이를 고구려 및 한반도의 것과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고구려연구재단 김은국 전문연구원은 “러시아지역은 발해유적이 많이 남아 있으면서 접근이 중국에 비해 자유로워 중요한 발해연구의 거점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시각과 달리 러시아 학계에서는 발해와 고구려의 연계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 강준구 기자 200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