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과 포스트386 세대, 앞으로 40년 변화 주도

1960년대와 70년대 태어난 이른바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가 앞으로 약 40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인구 비중이나 조직력으로나 다른 세대를 훨씬 압도한다는 것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앞으로 40년 동안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의 인구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80년대 세대까지 합치면 무려 45%에 달한다.

◆ 왜 그런가 = 386과 포스트386은 베이비붐 세대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아이를 낳을 시기가 되자 출산율이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두 세대의 인구 비중이 앞뒤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은 '봉우리'를 형성했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이들이 2020년대부터 한꺼번에 60대가 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 1월 19일 발표한 인구특별추계를 연령별로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다. 이렇게 되면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의 정치판도는 물론 경제.사회.문화를 주도하는 계층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386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진보이념에 밀렸고, 시민운동이 조직화.대형화했다. 보수의 보루인 법원에서조차 톡톡 튀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386세대가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80년대 조직적인 학생운동과 진보이념 학습을 공유한 세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구 비중으로 봐도 그렇다.

◆ 달라질 사회상 = 인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 세대는 앞으로도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60년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사오정(45세 정년)' 위기를 겪고 있다. 사오정 위기는 70년대 초반과 후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45세가 될 무렵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386세대가 60대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2020년대가 되면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고령화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학생인구를 처음 추월한다.

이에 따라 학원산업은 퇴조하고 실버산업이 신흥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026년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는 2세의 남녀 성비도 왜곡시켜 놓았다. 이들 세대가 아들을 많이 낳는 바람에 2세가 결혼 적령기가 될 때 여성에 비해 남성이 월등히 많은 성비 왜곡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셋째 아이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30명이 넘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80년대 중반과 90년대 후반 태어나 2010년대 초반과 2020년대 후반에 결혼 적령기가 되는 남자는 신붓감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86세대에서 시작된 출산율의 하락은 2010년 이후 10년마다 초등학생 수를 20%씩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초등학생 수의 감소는 1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에 이어 대학생 수도 격감시킨다.

◆ 386세대의 영향력은 = 고려대 박길성 교수는 "386세대는 80년대 시대상황을 공유한 집단 경험이 앞으로도 강한 응집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동아대 박경숙 교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제력 차이에 의해 386세대의 집단적 동질성도 약화할 수 있다"며 "다만 노인문제에 있어선 강력한 여론집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 정경민.김원배 기자 200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