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금성을 보다

금성이 낮에 보였다는 '태백주현(太白晝見)'은 12세기에 편찬된 <삼국사기>에 8회 기록이 남아 있다. <삼국사기>에는 혜성, 오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별똥별, 일식 등의 '천변'기록과 화재, 기상이변, 지진 등을 포함하는 930여 회의 천재지변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

▲ 3월 1일, 오후 3시 23분 예천천문대에서 촬영한 금성(태백성).
ⓒ2005 예천천문우주과학공원
고등과학원의 박창범(천체물리학) 교수는 <삼국사기>의 태백주현 기록에서 중국과 일본에 없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록 일곱 가지 사례(서기 394년 백제 아신왕, 서기 555년 고구려 양원왕)를 연구하여 당시 금성이 낮에도 보일 수 있는 밝기였음을 보였으며, 이를 응용하여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천문 관측은 7세기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는 일본 학자들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밝혔다.

금성은 태양과 달에 이어 하늘에서 세 번째로 밝은 천체다. 지구에서 볼 때 금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질 수 있는 각거리는 동서 약 47도이며, 이때 가장 밝게 보이는 최대광도에 이르러 새벽녘이나 초저녁에 매우 밝게 보여 이따금 UFO(미확인비행물체)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약 -4.7등급).

그럼에도 금성을 낮에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금성이 아무리 밝다 해도 태양빛의 산란에 의해 밝아진 하늘에 묻혀 있어 금성의 정확한 위치를 숙지하고 있지 않는 한 망원경이나 육안으로 관찰하기가 어렵다.

3월 1일 천체망원경을 이용하여 '太白晝見(태백주견)'하였다. 태양에서 불과 서쪽으로 7도 35분 정도 떨어져 있어 관측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망원경의 시야에 태양열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 한 금성이 한눈에 들어왔다.

새벽녘에 샛별, 초저녁에 개밥바라기로 불리던 금성은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인상적이서 서양에서도 미의 여신 '비너스'로 불린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금성은 20km에 달하는 두터운 구름층을 지나 지상에 도달하면 온실효과로 인해 열의 지옥이라 불릴 만큼 뜨거워 섭씨 460도에 달하는 가장 뜨거운 행성이자 다른 7개의 행성과 달리 역자전하며 공전하는 재미있는 행성이다.

▲ 3월 1일, 오후 4시 53분에 촬영한 수성.
ⓒ2005 예천천문우주과학공원
금성을 촬영한 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수성'도 주견(晝見)하였다. 수성은 사람이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단 한번도 못 보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관찰하기가 까다로운 천체여서 옛 어른들은 제주도나 남쪽하늘에서 가까스로 볼 수 있는 노인성(카노푸스)과 수성을 보면 장수한다고 믿는 분들도 있었다.

항상 눈부신 태양곁에 머무르는 작은 행성이고, 금성처럼 태양빛을 59%나 반사하여 더욱 밝게 보이도록 만드는 반사율 좋은 대기도 없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 조재성 기자 2005-3-3)

조재성 기자는 예천천문우주과학공원에 근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