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근대사 인식 거리 멀다

일본 역사 교과서의 우경화 노선 강화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역사인식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한중일 3개국은 과연 공통의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4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동아시아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한·중·일 3국의 근대사 인식 비교’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를 열어 3개국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드러난 상호 역사인식의 차이와 화해 방안을 모색한다.

▽ 19세기 중반 개항에서 러일전쟁까지=왕현종 연세대 교수는 세 나라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개항과 청일전쟁, 러일전쟁 서술을 분석한 논문 ‘3국의 근대화 운동과 상호인식’을 발표한다. 왕 교수는 강화도조약(1876년)에 대해 “일본 교과서는 침략성과 불평등성을 인정하면서도 쇄국정책을 취한 조선을 개항시킨 일본의 역할을 강조해 침략사실을 희석시켰다”고 지적했다.

청일전쟁(1894년)의 경우, 일본 교과서는 일본이 갑신정변(1884년) 이후 조선 지배를 위해 계획적 군제(軍制) 개혁과 군비 확장을 기도했던 사실을 간과하며, 중국 교과서는 전쟁 전후 청의 간섭정책 등 조선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배제했다는 게 왕 교수의 설명이다.

왕 교수는 또 러일전쟁(1904년)에 대해선 “일본 교과서는 ‘일본이 치른 희생에 비해 얻은 것은 적고 국민 부담은 더 커졌다’고 서술함으로써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식민지 인식=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3국 식민지 인식: 개발인가, 수탈인가-역사교과서를 중심으로’에서 3개국 교육당국의 교과서 서술지침을 중심으로 식민지 시기에 대한 인식을 분석했다.

신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교육부의 ‘교육과정’은 다양한 민족운동을 서술하고 일본의 침략성을 철저히 강조하도록 했지만, 일본의 대만 및 만주 지배 통치는 배제해 한반도 주변의 변화를 넣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는 “한국 역사교과서는 철저한 ‘식민지 수탈론’적 관점을 따르지만, 이는 다층적 역사를 획일화하고 근대적 지주제의 발달 등 한국인의 능동적 대응을 무시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또 “일본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은 ‘침략’이란 용어 대신 ‘국제관계’와 ‘대외정책’이란 용어와 관점으로 역사를 묘사하도록 하며, 한국인과 중국인의 저항은 민족운동으로 간략히 언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일본 후소샤 등 우익 출판사의 ‘교사용 지도서’는 일본이 한국 근대화를 촉진했다는 ‘식민지 미화론’을 따르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교과서지침 ‘역사교학대강’에서 침략과 저항의 역사를 서술하도록 하지만, 만주와 대만에서 일본의 식민통치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신 연구원은 지적했다.

▽ 역사인식의 공유=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한·중·일 삼국의 역사 교육과 역사인식 공유 방안’에서 “3국은 지난날의 침략과 전쟁, 식민지 지배 역사의 문제점을 확실히 알고 이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교과서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TV사극 등으로 자국 중심의 역사해석에 매몰된 일반대중의 역사인식 전환을 위해 3국의 주요 관계사 등을 다룬 교양도서나 다큐멘터리 개발, 역사교사의 교류활동 등을 제안했다.

(동아일보 / 민동용 기자 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