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이중성에 외면받는 다큐멘터리

요즘을 눈물 부재의 시대라고 말한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유일한 무기가 철저한 이해계산이 돼버린 상황이 눈물샘을 차단했다고들 한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곳은 오로지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연예계와 정치판뿐이라는 조소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며 눈시울을 적실 때가 있다. 역사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한 역사의 시점에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 앞에서 열심이지 못한 나태함을 반성하게하고, 휴먼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남을 더없이 사랑하는 장애인앞에서 두께가 더해가는 이기주의의 자성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끄러워 눈물이 나고 새로운 의지의 표명으로 눈물이 난다.

신문마저 오락의 기능으로 본다는 사람의 통계 수치의 증가는 차치하고 영상 매체의 대표주자격인 텔레비전에서 정보와 교양의 기능을 강조한다는 것이 진부한 시대인지 모른다. 2004년 방송 3사의 상위 10위 시청률을 보니 MBC ‘대장금', SBS ‘파리의 연인'이 1, 2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이 모두 10위안에 포진했다.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교양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 또한 TNS가 스카이라이프 가입 가구중 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위성방송채널 시청률 결과 역시 마찬가지로 이와 비슷하다. MBC드라마넷, KBS SKY DRAMA 등 상위 15위 채널중 다큐멘터리 채널은 하나도 없다.

다큐멘터리를 옹호하고자, 또한 교양 기능의 공익성을 강조하고자 이같은 통계를 예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시청자의 프로그램 편식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그 편식을 초래한데에는 제작진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모든 프로그램의 주요한 흐름을 자극적이고 표피적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을 길들여 놓은 것에서부터 다큐멘터리의 낮은 완성도에 이르기까지 다큐멘터리의 내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의 이중적 시청 태도는 문제는 없는 것일까. 미안하지만 한 나라의 시청자와 유권자의 수준은 같다라는 말이 있다. 국회의사당을 비리와 부정 부패로 얼룩지게 하고 하는 일이라고는 정쟁뿐이어서 혈세 낭비의 극치라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4년내 욕하다가 투표하는 날은 비리와 부정부패 연루된 의원을 찍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시청자들은 늘 요구한다. 저질 프로그램만 방송하지 말고 좋은 프로그램, 훌륭한 작품을 방송을 하라고. 막상 제작진이 정성과 노력 그리고 시간과 막대한 돈을 들여 최선을 다해 만드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상당수 시청자는 그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저질이라고 욕하는 프로그램으로 채널은 향한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말로만 국민이 하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자정의 몸부림은 고사하고 구악의 행태를 반복하고 방송 제작진은 ‘좋은 프로그램 만들면 뭘해 보지 않는걸’ 하며 저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향해 무한질주를 계속한다.

1922년 로버트 플래허티의 미지의 원시사회와 격리된 북극을 담은 ‘북극의 나눅(Nanook of the North)'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기법과 주제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리고 실험정신과 독창성으로 무장한 제작진에 의해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휴먼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4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최초의 다큐멘터리 연맹회의에서 정의 내리는 것처럼 ‘다큐멘터리란 경제, 문화,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인간의 지식과 이해를 넓히고 그 욕구를 자극시켜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이성이나 감성에 호소하기위해 사실의 촬영과 진지하고 이치에 맞는 재구성을 통해 사실의 모든 면을 영상에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일 수 있고 한 다큐멘터리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VJ특공대’ 등 일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연출 조작성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일어난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논란이다. 논란의 상업성을 외면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제기된 다큐멘터리에 대한 대중매체의 지적과 시청자의 관심이 점차 외면당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랄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방송사에선 작품 제작에 최선을 다했지만 시청자의 외면으로 낮은 시청률에 절망하는 제작진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2005-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