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꺾인 ‘발해 뗏목탐사’의 꿈

뗏목을 타고 1300년 전 발해의 해상 교역로를 탐사해 보려던 꿈이 또 좌절됐다. 러시아의 포시에트항(港)을 출발, 독도를 거쳐 일본 니가타항에 닻을 내리려 했으나 출항 하루 만에 러시아 해역에서 파도에 휩쓸리고 만 것이다. 다행히 탐사대원 4명은 모두 구조됐으나 아쉬움은 크다. 실패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꿈이 이런 식으로 꺾여야만 하는 현실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모했다”고 한다. 항해 전문가도 없이 뗏목과 돛만으로 겨울이면 군함도 운항을 꺼린다는 먼 동해 바다를 한 달여 헤쳐 나가기란 당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들이 탐사에 나선 것은 역사(歷史) 때문이었다. 탐사대는 출항 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옛 강토마저 역사에서 사라질 것 같아 목숨을 걸고 간다”고 했다. 고대 항로를 복원해 발해와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식으로 가게 해선 안 될 일이었다.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었겠지만 보다 완벽한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기업이든 사회단체든 모두가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적어도 조난 때 구해줄 호위선 한 척은 동행하도록 도왔어야 했다. 우리는 이미 7년 전 같은 탐사로 4명의 귀중한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탐사비용 3억 원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 안쓰럽게 다가온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이 목숨을 담보로 역사 복원에 나선 젊은이들 뒷바라지 하나 못해 거푸 좌절을 맛보게 할 정도로 허약하고, 이기적인 나라라고 해서야 되겠는가. 지금보다 훨씬 못 먹고 못살았던 1970년대에도 우리는 요트로 75일 걸려 태평양을 횡단했다. 이래서야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갖고 밖으로 뻗어나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동아일보 2005-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