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영문표기 기준 필요

지난 해 중국이 고대 고구려 왕국이 자국의 영토였다고 주장했을 때 우리나라는 고구려가 우리 역사에 속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고구려의 영문 표기가 국제적으로 "Koguryo"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그런 식으로 표기되어 있는 국내 문서가 전무한 관계로 그러한 노력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2000년 7월 정부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고 그에 따라 고구려의 영문 표기는 "Goguryeo"로 정해졌다.

모든 정부기관들이 새로운 기준을 채택했지만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제대로 홍보하고 시행하지 못한 관계로 국제 사회에서 고구려의 영문 표기는 여전히 "Koguryo"가 사용되고 있다. 많은 수의 민간 기구와 개인들이 자신의 영문 표기법을 바꾸려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된 로마자 표기법인 기존의 매쿤-라이샤워 체계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고구려를 비롯한 무수한 여타 이름을 놓고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혼란이 야기되어 왔다.

로마자 표기의 단일 기준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 의원은 국회의원 9명의 동의를 받아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무수한 국제 계약과 문서 교환이 이루어지는 국제 사회에서 로마자 표기 기준은 중요한 일이다. 이 법안이 너무 늦게 제출되었다고 본다. 이 법은 이미 수년 전에 입안되었어야 한다”고 김 의원은 코리아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12월 26일 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이후 로마자 표기 단일 기준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한글 이름의 영문 철자가 통일된 기준이 없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되었기 때문에 정부는 희생자 중에서 한국인 이름을 분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현재의 상황이 혼돈스러울 뿐만 아니라 위험스럽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외국인에게 있어서 문자 하나만 달라도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리 국민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만약 미국인들이 케네디란 이름으로 Kennedy과 Kenady를 함께 사용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혼돈스럽겠는가? 우리는 아마 이 두 이름이 서로 다른 사람의 이름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김 의원이 말한 바와 같이 국어의 영문 표기가 제각기 달라 외국인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많은 경우 부산은 영문으로 "Pusan"으로 표기되고 있다. 인천의 영문 표기는 과거 Inchon에서 Incheon으로, 김포의 경우는 Kimpo에서 Gimpo로 바뀌었다.

한글 이름 성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유씨로 “Yu”, “Yoo”, “Ryu” 등의 표기법을 혼용하고 있어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데 특히 국제 문서에 있어 더욱 그렇다.

김 의원이 제출한 법안으로 정부는 현재 국어의 영문 표기법에 대한 철자한 조사를 거친 후 새로운 표기 기준을 마련할 전망이다.

“정부가 2000년에 발표한 기준은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따라서 새로운 표기법은 다수의 찬성으로 정해져야 하며 정부는 이의 사용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코리아헤럴드 2005-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