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국 조선족 사회 소멸 막아야

13억 중국시장 · 남북통일 · 동북아평화 위해서도

지난 15일 업코리아는 ‘강제출국으로 인한 조선족 불법체류의 악순환’에 대한 기사를 연재했다. 이번에는 불법체류로 소멸의 위기에 처한 중국 조선족 사회를 생각해 본다... / 편집자 주

조선족의 코리안 드림은 불법체류의 악순환을 불러왔고, 중국 조선족 사회를 소멸의 위기에 빠지게 했다. 중국에서 이들은 한족에 빠른 속도로 동화되고 있어, 우리는 조선족 사회의 붕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리안 드림, 그 후유증

한국에서 1년만 일해도 중국에서 5년 동안 일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조선족들에게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이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게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했다. 불법체류로 한국에서의 폐해(지난 15일 본지 보도)와 함께 중국의 조선족 사회도 대 혼란기를 겪고 있다.

임OO 씨(여/26세, 흑룡강성 출신)는 “한국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젊은 여성들은 유흥업소로 빠지기도 한다”면서 “한국만 가면 단번에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99년에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김OO 씨(여/31세, 길림성 출신)는 “한국에 오고보자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 끝내 이혼하고마는 안 좋은 경우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조선족들은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부모가 없는 동안 자녀가 탈선하기도해 끝내 중국에 있는 모든 가족이 한국에 옮겨와 살게 된다. 이렇다보니 한국 체류 동포 수는 계속 증가한다. 이들은 현재 대략 15만 명으로 추정된다.

소멸 위기의 조선족

조선족의 불법체류는 계속 늘어갈 것이고 그런 만큼 중국 조선족 사회도 빠르게 붕괴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행이 늘어남에 따라 조선족 마을의 인구수가 급감하고 마을 전체가 사라지기도 했다. 또 조선어학교도 10개 중 8개는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조선족 학생들은 한족학교로 대거 전학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추방당했던 이들은 중국어에 서툴었기에 이 같은 뼈 아픈 경험을 했다고 여겨 자녀를 한족학교에 진학시킨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에 대한 차별이 없어 조선족이 우리말을 잃어버리면 쉽게 한족사회에 동화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20년이 지난 후 조선족은 한족으로 완전히 동화된다고 지적한다.

인구수가 감소함에 따라 조선족 가임(可姙)여성의 숫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은 ‘1가구 1자녀 원칙’으로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조선족은 소수민족에 포함되어 있어 ‘소수민족장려정책’으로 2명까지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조선족 가임여성 중에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한국인과 결혼하거나 한국에 나가 일하고 있어 조선족 아이의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4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족, 존재해야 하는 이유

13억 중국 시장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높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통역 역할을 했던 조선족의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에는 중국의 조선족 기업과 한국 기업 간의 교류가 활성화 됐다. 이에 따라 조선족은 통역뿐 아닌 다른 영역으로까지 그들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칭다오(靑島)에는 한국 기업의 진출과 함께 조선족도 대거 몰려 있다. 이 지역은 몇 년 전부터 조선족 기업인이 급속히 출현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현재 한국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조선족들은 주로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판로를 개척하는 역할과 중국 생산 제품을 한국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박종선 前 칭다오(靑島) 총영사는 언론보도<아이뉴스24>를 통해 “한중수교 초기에 조선족과 화교가 한중교류의 교두보였으나, 수교 11년이 지나면서 점차 한국어를 배운 한족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조선족을 더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조선족이 모여 살고 있는 동북 3성(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도 1980년대 말부터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이뤄졌고 92년 수교 이후 급증해 지금은 수 천 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장상해 KOTRA 다롄무역관 과장은 “동북3성에 한국 기업들이 자리 잡기까지 200만에 달하는 조선족 인력이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이코노믹리뷰>를 통해 설명했다.

특히 길림성 연변(延邊)경제개발구는 첨단기술산업 등 외국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흑룡강 신문도 “연변은 언어가 서로 통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느끼게 하는 등 한국 기업이 투자하기에 유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선족은 13억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파트너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남북통일과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양대 사학과 임계순 교수는 “조선족들은 한-중 양쪽을 아우르는 ‘이중문화’이며 이를 밑천으로 한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중요한 인적자원이다”면서 “통일이 되면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한국을 모두 경험한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업코리아 / 김지수 기자 2005-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