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핵 도미노 가시화되나

북한의 핵 무기 보유 선언으로 동북아시아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는 일본과 대만은 물론, 한국까지 이어지는 ‘핵 보유 도미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을 공식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북한이 핵 실험 등을 거쳐 핵 보유국이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북아 주요국의 핵 기술 및 핵 무기 보유 현황과 북 핵보유선언에 따른 핵 역학구도 변화를 짚어본다.<편집자주>

동북아시아의 핵 무기 역학구도는 중국의 독점적 지위 아래 ‘불안한 균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핵 무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은 물론, 한국과 대만도 핵 무기 개발에 충분한 기술력과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현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관리되고 있으나, 동북아 핵 균형의 최대 변수라 할 수 있는 북한이 공식적인 핵 무기 보유국이 된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동북아에서 공식적으로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와 동북아 핵 무기 독점 보유는 오랫동안 중국의 역내 군사적 우위를 담보해 주었다.

이런 중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세력이 바로 일본이다. 경제력과 국제적 영향력, 미국의 우호적 태도를 등에 업고 있는 일본은 현재도 40t 이상을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는 세계 4위의 플루토늄 보유국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열화우라늄을 사용한 플루토늄 모의추출 작업에도 돌입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플루토늄 추출이 원자력 발전용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언제든지 핵 무기 개발로 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으로 인해 재처리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자체적으로 플루토늄을 만들어낼 시설이 없는 것이다. 또 주한 미군이 가지고 있던 전술핵도 이듬해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동북아 핵 정치학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만 해도 열도 전체가 들썩거리는 일본의 핵 무장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역시 자체적인 개발은 힘들지 몰라도 다시 주한 미군에 전술·전략핵이 배치되는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핵 군비경쟁을 초래해 주변의 일본, 대만, 한국의 핵보유라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동북아 안보불안은 훨씬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민 기자

<중국 핵무기 보유 실태>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40년전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간 냉전과 중·소 갈등속에 중국은 1964년 10월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 원폭실험에 성공했다. 지금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포함해 41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핵무기 보유국이다.

군사전문분석기관에 따르면 중국에는 290개의 전략 핵무기와 120개의 비전략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가가 중국을 경계하는 것도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이 같은 대량의 핵무기 때문이다. 중국의 최첨단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8000마일(1만2800㎞)가 넘어 미국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특히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2003년에는 최첨단 대공전투와 핵공격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최첨단 이지스함도 개발했다.

중국은 특히 2003년 말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면서 핵공격 능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뛰어넘을 수 있는 로켓통제기술을 조만간 개발하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강호원 특파원

<일본 핵무기 기술 수준>

경제대국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자국의 원자력 관련시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을 받고 있는데다 ‘비핵3원칙’(핵보유, 제조, 반입등 금지)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핵보유 가능성을 줄곧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일본 아오모리현 롯가쇼무라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우라늄농축기술인 ‘원심분리기술’을 갖춘 우라늄농축시설이 있다. 이바라기현 도카이무라에는 핵연료 재처리공장도 있다.여기다 군사용 플루토윰을 만들 수 있는 고속증식로 ‘몬주’와 ‘조요’2기가 있다. 현재 잇단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지만 이들 시설에서 이미 추출된 군사용 플루토늄만 100kg를 넘는다. 이들 플루투늄을 제처리하면 적어도 50발의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이 고수해온 비핵3원칙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핵우산을 전제로 한 것이다.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다시 원전에서 이용하는 ‘핵연료 리사이클’은 미국의 지원아래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일본이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처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무기로 인식되는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쿄=전현일 특파원

<러시아 핵보유 실태>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테러와의 전쟁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에 주력하면서 러시아의 핵 능력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대규모 핵 전력을 가진 핵 강국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으로부터 핵탄두 3만5000개를 물려 받았지만 전략무기감축협상 등을 통해 상당수를 해체했다.

핵무기 관련 정보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핵과학자협회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78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400기는 전략 핵탄두, 나머지 3400기는 전술 핵무기로 분류되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핵 능력을 증강, 최신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토폴 RS-12를 시험발사하는 등 신형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서북부 바렌츠해(海)에서 대규모 핵기동훈련을 실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 전력 증강 의지를 드러냈다.

원재연 기자

<한국 핵무기 기술 수준>

한국은 박정희 정부 시절이던 1970년대 핵 무기 개발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주한미군이 가지고 있던 전술 핵도 모두 철수시켰다. 현재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안전조치협정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수시사찰을 받고 있으며, 핵 무기 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19개의 원자력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원자력 발전 기술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핵 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재처리와 농축 기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핵 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해야 하지만 한국에는 재처리 시설이 없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한국은 사용 후 연료를 재활용하지 못해 매번 우라늄을 수입하고 있다.

농축 역시 이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지 않다. 지난해 국제적인 문제가 됐던 레이저 농축 기술은 2000년 일회적으로 시도했다가 바로 폐기했다. 핵 탄두를 실어나르는 미사일의 사정거리도 300㎞로 한정돼 있어 핵 무기 개발·보유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이상민 기자

(세계일보 2005-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