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쓴 만주기행문

고구려사와 발해사가 우리 역사라는 주장은 크고 복잡하다.

하지만 조성래(46)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두만강 여울목'(신생 펴냄)앞에서 그 주장은 싱겁지 않을까. 시행을 적시고 있는 가슴 아린 눈물이 한 없이 짜기 때문이다.

8년 만에 나온 그의 시집은 '만주기행시집'(53편)이다.

"소설가인 전용문 선배, 박명호 형과 함께 지난 2003년 여름 열흘간 만주를 여행했지요. 여행에서 돌아 온 저는 그 감격을 감당할 수 없었어요." 그 감격의 실체가 다름 아닌 눈물이다.

'들쭉술 몇 잔에 목놓아 운다/ 지나온 길들이 눈물에 잠긴다/ 내 울음은 훈춘에서 연길로 연길에서 룡정으로/ 스스로 물길을 만들어 흐르다가 마침내 우르릉콸콸 홍수 되어/ 청산리 지나 백두산 기슭 거슬러/ 天池(천지)까지 넘친다/ 무엇이 이 가슴에 꽃불처럼 / 통곡의 불 지폈는지/ 곡절 모르는 큰울음에 산천 떠내려가고/ 독립군의 말발굽 소리/ 밀정의 눈초리'('들쭉숙-二道白河 8' 중에 서). 그는 한도 끝도 없이 펑펑 울었다.

"그저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더니 이윽고 엉엉 목을 놓고 울기 시작했다"고 길벗이었던 박명호는 적어놓았다.

'아득한 옛날 그 옛날/ 고구려 발해 망한 곳'(24쪽)이란 구절에서 는 부서진 고대사의 흔적이 슬프고,'타관 식솔 더불어 기러기 행렬 만들어/ 눈물고개 아리랑고개 허겁지겁 넘을 때/ 칼바람 또 어떻게 가슴을 도려내더냐/ (중략)/ 오랑캐꽃보다 애달픈 사람들아' (71쪽)에서는 짓밟힌 역사의 아픔이 시리고,'봐도 봐도 풀리지 않 는 수수께끼/ 두만강은 또 그렇게 말없이 흘러간다'(80쪽)에서는 찢어진 민족의 비극이 가슴을 후빈다.

그는 피를 말했고 1920년의 간도참변을 말했다.

"일본이 봉오동 전투에 대패한 뒤 자행한 보복 학살극인 그 참변에서 조선인 5만 여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간도는 피의 땅이란 말이다.

그는 이도 백하(二道白河)에서 택시로 한 시간 거리인 백두산 기슭의 오지인 약수둔(藥水屯)에서 하루 머물렀다고 한다.

거기서 비오는 아침 노인이 권하는 술잔에 마음을 맡긴 채 시냇물 소리를 들었다.

'집 앞 시냇물 시리게/ 가슴으로 흘러든다/ 어디선가 풀꽃 두엇 피는 소리/ 귀에 아려오고/ 통발에 걸린 피라미들의 신선한/ 발장구 소리도 들린다'(95쪽). 그는 그 피라미들의 발장구 소리에서 '한~ 많은'으로 이어지는 아리랑의 슬픈 가락과,피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의 시로 인하여 이제 간도는 눈물이다.

(부산일보 / 최학림 기자 2005-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