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間島’ 지명 철저히 지워

관광책자·地圖서 삭제, 간도 분쟁 차단 전략

중국정부 당국은 지난해 여름, 길림성 연길(延吉)의 조선족 학자들에게 긴급 지령을 내렸다. “‘유서깊은 두만강반(江畔)’이란 책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라!”

연변인민출판사가 ‘용정시(龍井市) 관광지 안내’ 시리즈의 한 권으로 지난 2001년 출간한 이 책은 용정과 그 일대의 역사적 내력을 적은 우리말 서적이다. 관광안내 책자에 대해 중국 당국이 왜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섰을까. 바로 이 책의 표지에 실린 사진 때문이었다. 한글과 한자로 ‘사이섬 間島’라고 새겨 놓은 비석 앞에 몇 사람이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현지의 한 전문가는 “중국은 ‘간도’라는 지명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토문강’이나 ‘간도’라는 지명을 철저히 지우고 있다.

흑룡강성의 한 조선족 지식인은 “30년 전만 해도 연길에서 나오는 지도에 ‘토문강’이 두만강과 다른 강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간도’라는 지명조차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유서깊은 두만강반’ 표지에 실렸던 비석은 두만강가인 도문시 선구촌(船口村)에 있었던 것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중국 당국은 이 비석을 철거해 버렸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목표는 간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을 철저하게 차단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동북공정의 33개 연구과제 중에서 12개 과제가 간도 문제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방한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한국이 간도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2005-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