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사 왜곡 10년 뒤 교과서개편 주목해야"

베이징 세계 한국학대회..이길상 교수 논문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10년 뒤인 2015년에 있을 중국 교과서 개편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중국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국내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옛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길상 교수는 중국 베이징(北京)대학에서 2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열린 제2회 세계한국학대회에서 발표한 '중국 중학교 역사교과서 속의 고구려'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2년 뒤 이른바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고구려 역사와 관련된 중국측의 입장이 확고히 정리될 경우 10년 후 있게 될 교과서 개편에서 그 결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평양성 천도 이전인 5세기 초엽까지 중국 동북지방에서 성장 발전한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분으로 서술할 개연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중뿐 아니라 남-북의 학자들이 공동연구팀을 구성해야 하며, 세계의 한국학자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그들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자민족 우월주의적 시각에서는 태산이었던 것이 비교사적 관점에서 보면 작은 구릉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로 한국 역사학계가 자국사 우월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한편 논문에서는 현재 중국 중고교에서 사용되는 3개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9종을 분석, 고구려사를 다루는 방식과 내용상 특성을 요약해 관심을 끌었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고대사와 중세사를 무시하거나 경시 ▲고구려를 세계사가 아닌 중국사에서 언급 ▲고구려를 한민족 최초의 국가로 서술 ▲고구려사를 한반도내 역사로 국한 ▲고구려를 고려로 표기 등 다섯가지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점에서 중국은 은연중에 고구려를 중국의 속국으로 간주하면서 고조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지금의 중국 영토인 국내성을 도읍으로 성장한 고구려 왕조를 도외시하는 것은 역사왜곡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구려를 고려로 표기하는 오류로, 의도적으로 고구려의 존재를 고려와 혼동시켜 역사인식에 착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연합뉴스 / 박기성 특파원 2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