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우라늄, 북한산 맞나?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뉴욕타임즈>가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 플루오르화물을 수출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신문이 미국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2월 2일 보도한 것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과 과학자들은 지난 수개월동안 리비아의 우라늄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즈는 미국 정부의 북한 핵 능력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대북강경론이 또 다시 득세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다른 나라나 테러집단에 핵물질을 수출하는 것을 이른바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해왔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우라늄 플루오르화물'(UF6)은 우라늄을 정련하고 산화물을 정제해 얻어지는 물질로, 우라늄-235를 2-5%로 농축하면 경수로의 핵연료로 이용되고 90% 이상 농축하면 핵무기 제조 원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 플루오르화물을 수출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우라늄 플루오르화물은 농축 전 단계의 우라늄 물질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북한의 평산과 선천 등에는 채굴 가능한 우라늄 약 400만t이 매장되어 있고, 평산과 박천에는 우라늄 정련 시설이 있다.

북한산 샘플과 직접 비교 안돼

뉴욕타임즈는 이미 작년 5월 23일에 미국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리비아에 약 2t 가량의 우라늄 플루오르화물을 수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리비아가 암시장에서 이 물질을 구입했다며, 그것이 '북한산(産)'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뉴욕타임즈의 2일자 보도는 리비아의 우라늄 물질의 '출처'를 놓고 제2의 논란을 야기할 것이 확실하다. 이 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정보 관리는 "이 물질이 북한산이라는 것은 90% 이상 확실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기관이 리비아의 우라늄 물질을 분석한 방법은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미국은 리비아가 실험한 우라늄 물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이 물질을 파키스탄 등 일부 '의심 국가들'의 우라늄 샘플과 비교분석했는데, 정작 비교 대상에는 북한산 우라늄 샘플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즉, 샘플 확보가 가능한 의심 국가들의 우라늄을 리비아가 실험한 우라늄과 비교한 결과 이들 국가에서 나온 우라늄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산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 정보기관의 결론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산 우라늄 샘플을 가지고 직접 분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강경파의 의도적인 흘리기인가?

문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주관적인 믿음'과 '시기'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나라들이 리비아에 우라늄 물질을 수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수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결론은 결코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없다. 북한이 수출했을 것이라는 주관적인 믿음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일부 전현직 관리들은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 물질을 팔았다면 다른 나라들에도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대북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엄청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시기적으로 대단히 민감할 때, 뉴욕타임즈가 또 다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쓴 데이비드 생거는 미국 언론계에서 "정보기관의 파이프라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정보기관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단독 보도를 많이 해왔다.

대표적으로는 1998년 8월 17일 '금창리 핵 의혹 시설' 보도가 있고, 최근에는 'A.Q 칸 박사와 북한과의 핵 커넥션', '북한의 대(對) 리비아 우라늄 물질 수출' 등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특종이었다는 금창리 의혹 시설은 '텅빈 동굴'로 판명되면서 오보가 되었고, 칸 박사가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는 보도도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일각에서는 생거 기자와 미국 정보기관 사이의 커넥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즉 중요한 시기마다 북미 대화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강경파와 특종을 갈구하는 생거 기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확인되지 않은 민감한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4차 6자회담의 개최를 위해 관련국들이 활발한 물밑 작업을 하고 있고, 2기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점검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북한의 핵물질 수출 의혹'이라는 극히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2기 행정부에서 밀리고 있는 네오콘 등 강경파들이 부시의 대북정책을 '강경기조'로 묶어두기 위해 뉴욕타임즈에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심의 초점은 뉴욕타임즈의 보도대로 리비아가 실험한 우라늄 물질이 '북한산'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판단과 향후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이다. 북한산인지의 여부는 북한이 이를 시인하거나 리비아가 구입한 우라늄 물질과 북한산 샘플을 직접 비교분석하지 않는 한 규명하기 힘들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이를 문제삼으면서 북한을 압박할 경우 핵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를 강하게 부인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강한 부인'을 '강한 긍정'으로 해석해온 미국의 강경파들은 협상 무용론을 들고 나오면서 제재와 봉쇄, 그리고 무력 사용 등 강경 수단의 동원을 거론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 물질을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이 "협상 결과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며 강경책을 주문하기 시작한 것은 이와 같은 우려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동시에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우라늄 물질을 수출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회담 분위기 조성과 핵문제 해결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와 대북강경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오마이뉴스 / 정욱식 기자 2005-2-3)

'북 핵물질 수출' 외신보도 진상은 뭘까

정부 "사실관계 확인중"..대북 6자회담 압박용?

부시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미 유력지들이 북한의 핵물질 수출 문제를 부각시키고 나선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2일 '아직 증거가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미 정보기관과 정부 과학자들은 북한이 6불화우라늄(UF6) 2t을 리비아에 수출한 것으로 거의 확실한 결론을 내렸다'는 취지로 거의 동시에 보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마이클 그린 미 NSC(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의 일-중-한-베트남 순방도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까지 보도했다.

UF6은 농축우라늄 직전 단계의 물질로, 고온 가열하면 농축이 가능하다.

이런 미 언론들의 보도가 사실일 경우 그 파장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공개적으로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레드 라인'(금지선)으로 북한이 핵물질을 테러집단이나 제3국에 판매하는 경우를 상정해왔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보유 여부를 놓고 제2차 북핵위기가 시작된 이후 2년 4개월 동안 북한이 폐연료봉 8천개의 재처리와 영변 5MW 원자로 연료봉 재장전 및 재가동 등 핵억제력 조치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데도 불구, 미국은 여전히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고수해온 것이다.

하지만 미 언론들의 보도대로 북한의 대 리비아 핵물질 수출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같은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전반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미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에도 불구, 우리 정부의 시각은 예상외로 담담하다.

한 정부 당국자는 3일 "아직은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북한이 리비아에 수출했는 지와 그것이 북한산인지에 대한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미 언론들의 보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 당국자는 이어 "만의 하나 리비아가 북한으로부터 2t의 UF6를 건네받은 게사실로 드러난다면 여러가지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북한의 핵능력을 재평가해야 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그 대상물질이 핵무기, 고농축우라늄, 플루토늄 등이 아니라는 점에서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라고 못박기 까지 했다.

오히려 정부는 이번 미 언론들의 보도가 북핵 문제의 '긴급성'을 국제사회에 부각시켜 북-미 양국 모두 더 이상 허송세월을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여론이 조성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어떤 의도에서 그런 보도가 동시에 나왔는 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조기에 개최해야 한다는 하나의명분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북-리비아간 UF6 거래의혹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작년 5월 22일 "대량살상무기(WMD) 폐기선언 이후 리비아가 올해초 미국에 제공한, 핵무기 생산을 위한 중간물질인 6불화우라늄 1.87t은 북한이 리비아에 판매한 것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외교통상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국에 확인한 결과 리비아측은 UF6를 핵 암시장에서 획득했다고 밝혔으며, IAEA는 관련사항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미 이사회에도 보고했다고 답변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문제와 관련해 세 차례의 6자회담에서는 논의된 적이 없지만한미간 협의에서는 거론된 적이 있어 새로운 얘기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부시 정부의 반응도 다소 색조의 차이는 있어도 우리 정부의 그 것과 유사하다.

이와 관련,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정보사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 논평을 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핵무기 프로그램, 그리고 과거와계속되고 있는 핵확산 활동이 지구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고 말하고 "북한의 (이러한) 활동이 6자회담을 통한 진전의 중요성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두교서 발표이후 본격화될 6자회담 과정에서 미국이 대북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대북 압박용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유 기자 2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