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한국인 탐사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일본 니카타항까지 뗏목을 타고 항해에 나선다.

이 항로는 1998년 네 사람이 "발해의 교역 뱃길을 그대로 따라가겠다"며 뗏목을 타고 가다 폭풍우에 생명을 빼앗긴 길이다.

목숨을 건 해상 탐험에 다시 나선 주인공은 방의천(45.탐험가). 이형재(41.다큐영상 프로듀서). 황기수(39.산악인). 연정남(29.인명구조 강사)씨로 구성된'발해뗏목탐사대'. 이들은 다음달 9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항해 22일 독도를 경유, 3월 초순 일본 니카타에 도착할 예정이다. 1300여년 전 발해인들이 엉성한 배로 파도와 싸우며 오갔던 해상교역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원정대장을 맡은 방씨는 7년 전 첫 도전에서 숨진 장철수(38) 대장 등 4명의 '발해항로 학술탐사대'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평소 전혀 친분 관계가 없던 사람들이지만 7년 전 그들의 용기와 역사의식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97년 12월 31일 장 대장 등 네 명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물푸레나무로 만든 길이 15m, 너비 5m의 뗏목을 타고 바닷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98년 1월 23일 일본 땅에서 불과 수십㎞ 떨어진 곳에서 구조 요청을 하다 실종됐고 며칠 뒤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때 '발해의 꿈'도 바닷속으로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사고 소식을 접한 방 대장은 '그들이 못 이룬 꿈을 어떻게든 이뤄내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동안 산악인 후배인 황씨와 연씨를, 그리고 탐사를 기록할 이씨를 불러모으고 뗏목 제작비를 마련했다.

방 대장은 27일 탐사팀 발대식에서"돛을 바로 잡기도 힘든 매서운 바닷바람,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와 허기, 조류에만 의지해야 하는 최악의 항해조건을 이겨낼 것"이라며 "누군가는 끝내야 할 일"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중앙일보 / 백일현 기자 2005-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