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진입 한국의 미래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606호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인구·생활팀. 지난해 5월부터 정부와 학계 관계자 10여명이 모여 ‘시나리오’ 작성에 한창이다.

‘웬 시나리오인가’ 싶지만 이들이 만드는 건 예사 시나리오가 아니다. 향후 수십년 간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해갈 지 미리 그려보는 청사진이다. ‘미래사회 시나리오’로 불리는 이 연구 보고서엔 우리나라 중·장기 인구구조 변화 예측과 예상 성장률·노동생산성·조세부담률 등을 변수로 예측한 한국 사회의 향후 수십년 간 변화가 담긴다.

한국 사회 미래상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이 시나리오가 최초다. 시나리오 작성을 주관하는 변성관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인구·생활팀장은 “당연히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굉장히 늦은 것”이라며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경제 사회적 위기에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정부가 고령화 문제를 다루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고 시나리오까지 작성하는 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풍조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 조로증에 걸린 대한민국

미리 그려본 20, 30년 후 한국의 자화상은 우울한 노인의 모습이다. 1953∼1965년 ‘베이비 붐’ 세대가 2020년대부터 노인층에 접어들고 또 70년대 시작된 저출산 기류가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노화가 진행된다.

숫자로 본 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노인 복지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건 2018년부터. 이 해 우리나라는 전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노인인 ‘고령사회’에 속하게 된다.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 2100년, 국민 절반이 노인

앞으로 100년 뒤엔 어떻게 될까.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보다 무려 3000만명이 줄어든 1621만명으로 축소된다. 이조차 한쌍의 부부가 1.17명의 자식을 낳는 현 출산율을 유지할 때 가능한 인구다. 1992년 처음 두명 아래로 떨어진 출산율은 매년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니 실제 인구는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이때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5%, 국민 2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일할 젊은이는 적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노인만 많다면 나라 살림은 당연히 어려워진다. 국내총생산(GDP), 노동 생산성, 저축률 등이 떨어져 경제성장률은 둔화하고 반대로 복지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05년 현재 생산가능인구(15∼65세) 7.9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한다면 2030년에는 2.7명이 1명, 2050년에는 1.4명이 1명을 부양하게 된다. 조세연구원 최준욱 연구위원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따져도 고령화 때문에 우리나라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현재 복지 선진국의 막대한 지출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실버산업

정부는 현재 고령화 대책으로 출산율을 높이고 육아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여성·고령자의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고 복지제도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5대 추진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고령화 자체를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예산 전체에서 노인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0.2%, 그마저 대부분 노인 교통비 지급에 사용되는 현실에서 이런 계획이 얼마나 실천 되겠느냐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실버산업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제력을 갖춘 노인층이 대거 늘어나는 만큼 실버산업을 육성해 이들 눈높이에 맞춘 복지 서비스를 시장원리에 맞춰 제공하자는 주장이다.

참고자료: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2005),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전략(2004),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추계(2003)

고령·초고령사회란

한 국가의 고령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2000년 유엔이 정한 기준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우선 한 국가의 총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4% 미만인 국가는 유년인구국(Young Population), 4∼7%는 성년인구국(Mature Population), 7% 이상은 노년인구국(Aged Population)으로 분류된다. 노년인구국은 다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 14% 이상인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인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노인 인구비중이 7.2%(340만명)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현 추세로 간다면 2018년 노인인구가 716만명(14.3%)에 달해 고령사회, 2026년에는 노인인구만 1035만명(20.8%)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세계일보 / 박성준 기자 2005-1-27)

[우리사회 또 다른 고통 ‘미혼부’가 는다] 엄마들의 가출…아이 방치―학대 악순환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세대. 아무 생각 없이 만나 아이를 낳은 뒤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어느날 갑자기 아이를 버리고 떠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사랑은 버려도 아이만은 지키겠다는 모정이 강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혼모 못지않게 미혼부 문제가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9살 여자친구가 애를 낳고 1주일 만에 편지 한 통만 남기고 가출했어요. 선배 누나의 도움으로 갓난아기를 1년째 키우고 있는데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거한 여자친구가 아기를 낳자마자 사라졌어요. 도대체 100일도 안된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집에 돌아가 아이를 보면 눈물만 나고…. 얼마 전 결국 아이를 위탁 가정에 보냈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엄마들이 아이를 버리고 가출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이를 떠맡는 미혼부가 늘고 있다. 이혼과 주부 가출로 어머니가 떠나고 아버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자세대 역시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저소득 부자가정은 5100가구. 일반 부자가정까지 따지면 1만가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부자가정은 모자가정과 달리 가족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원이 절실하다.

부자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가정의 중심인 엄마들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20대 이상 여성 가출자는 2만7066명. 이 가운데 1만271명이 전업주부로 하루 평균 28명이 남편과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셈이다.

이혼 후 자녀 양육을 거부하는 엄마들도 흔해졌다. 이강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가사3부)는 “이혼시 양육권을 갖는 쪽이 재산 분할에 유리해지는데 저소득 가정의 경우 아이를 키우는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전화’에는 바람난 아내에 대한 호소도 쏟아진다. “아내가 사라져 찾아보니 동거를 하고 있더군요. 간신히 설득해 집으로 돌아오게 했는데 요즘엔 도시락까지 싸들고 애인 집을 드나듭니다. 어떻게 아내를 붙잡을 수 있을까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은 못 올렸지만 아들 부부는 딸도 낳고 잘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느리가 인터넷 채팅에 빠지더니 젊은 남자와 바람나 가출했습니다. 아들과 쫓아가 맘껏 패주고 싶을 뿐입니다.”

아빠 없는 편모가정이 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과 달리 엄마 없는 편부가정은 양육과 가사,정서적 안정,교육 등 훨씬 다양한 문제에 부닥친다. 만 3세가 되던 1992년 “남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하던 엄마가 훌쩍 떠난 형석(15·서울 등촌3동)이네의 사연은 부자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엄마가 떠나고 아버지가 행상과 방문판매로 떠돌기 시작한 뒤 형석이는 24시간 놀이방과 복지센터를 전전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밤늦도록 빈 집을 홀로 지켜야 했다. “아빠가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먹은 밥이 제일 맛있었고,잠도 편하게 잤다”고 할 만큼 형석이의 유년은 불안했다.

매일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날품팔이를 하는 이모(44·경기 안산시)씨는 이혼과 아내의 가출로 네살부터 열다섯살까지 배 다른 아이 넷을 떠안았다. 2남1녀를 낳은 첫 부인과 헤어지고 재혼한 이씨는 2001년 두번째 부인이 막내아들을 낳은 직후 사기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 그 사이 부인은 수천만원의 카드빚만 남긴 채 집을 나가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혼부 등 편부가정이 종종 아동 구타와 학대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가족 해체로 귀결된다는 점. 한국복지재단에 등록된 소년소녀가장 4728명 중 어머니의 가출과 행방불명으로 인해 소년소녀가장이 된 아이는 1784명으로 아버지(393명)의 경우보다 현저히 많았다.

어머니의 가출이 아버지의 동반 가출을 부르고 결국 가족이 흩어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장애인으로 생계비와 도시락,반찬 지원 등을 받고 있는 안산시의 손모(40)씨는 부인 가출 후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고 차츰 아이들을 때리는 일이 많아졌다. 먼저 중학생 딸이 시설로 피신했고,이어 초등학생 아들도 같은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난해 강릉에서 추진되던 국내 최초의 부자 보호시설 건립이 무산되는 등 사회적 지원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승수 한국복지재단 부산지부장은 “아버지들은 외부에 도움을 쉽게 요청하지 않는데다 가사노동에 서툴러 위생이나 영양 등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고,아버지의 스트레스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구타 학대 방임 등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기 쉽다”며 “부자가정에 대한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 이영미 서지현기자 2005-1-27)

'벼랑 끝' 자영업자들 잇딴 범죄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강도와 절도범으로 전락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세상을 뜨려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고 있습니다.

불황이 낳은 이런 범죄가 전체 범죄의 4분의 1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정윤 기자입니다.

<기자>경찰에 붙잡힌 34살 민 모씨.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고 PC방 사업을 시작했지만 장사가 안 돼 4천만원이나 되는 빚 더미에 올라앉게 됐습니다.

민씨는 결국 강도 계획을 세우곤, 어젯(26일)밤 서울대 교정에서 퇴근하는 여성 교직원을 위협해 돈을 빼앗다 경찰에 잡혔습니다.

[민모씨/피의자, PC방 운영 : 죽기 전에 제가 진 빚 최대한으로 갚고 죽으려고 그랬습니다.]

오늘 새벽엔 60대 분식점 주인이 월세 7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집 근처 당구장을 털려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모씨/피의자, 분식집 운영 : 요즘 손님이 없어요. 하루 그래도 돈 10만원 정도는 팔아야 되는데, 요즘엔 그것 반도 못 파는 거예요. 그렇게 어려워졌어요.]그제 새벽엔 청계천에서 쇼핑백 도매업을 하던 39살 김모씨가 1억원에 이르는 빚에 괴로워하다 아내와 아들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현재 자영업자의 4분의 1 가까이가 불황으로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사자 숫자도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768만명으로 2년 전에 비해 무려 30만명이나 줄었습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SBS 2005-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