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역사도 ''도둑질''했다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 이전에도 대만의 역사를 왜곡해 지금 ‘하나의 중국’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으므로, 한국정부가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길수 서경대 교수(전 고구려연구회장)가 입수, 23일 공개한 미국 터프츠대 국제정치학과 앨런 워치맨(사진) 교수의 논문자료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초기(1921∼1942) 20년 동안은 공산당이나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모두가 대만을 독립된 영토로 인식했으나 1943년 카이로회담 이후 대서양헌장(1941년)을 빌미삼아 갑자기 대만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대만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워치맨 교수는 중국의 과거 연설문 사본, 우표, 지도 등 자료에는 대만이 1942년 이전에는 중국 영토의 일부로 묘사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대만은 지도상으로나 수사적으로도 중국(한족) 밖에 존재하는 지역이었다. 심지어 우표에서조차도 대만은 중국의 ‘성(省·Province)’이 아닌 ‘지역(Region)’으로, 대만인은 ‘지역소수민족’으로 각각 나타나 있었다는 것.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중국 지도상에서도 제외했고, 단지 “일제에 대항해 싸우는 데 동맹세력으로 규합될 수 있는 다른 아시아민족들” 중의 하나로 취급했다는 지적이다.

장제스 정부에서도 1911년 이후 티베트나 외몽고에 대해서는 통제력을 잃고 있었음에도 그 지역들은 여전히 중국 본토의 일부로 표시했으나, 대만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대만의 역사를 집요하게 왜곡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대만이 중국 영토라는 주장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워치맨 교수는 고구려 역사도 대만과 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만이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기 시작할 때 모두 가볍게 생각했지만, 어느 사이 온 세계가 그것을 인정하고 있음을 상기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사실은 향후 북한지역의 독립성에 좋지 못한 징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치맨 교수는 중국이 대만에 취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최근 북한지역 대부분과 만주지방까지 통치했던 고구려 왕조를 자국의 역사로 포함시키려는 중국 정부 행태는 매우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워치맨 교수는 만약 북한 지역 내 소요가 일어난다거나 불안정해진다거나 또는 북한정권이 무너진다면 중국은 1961년 북한과의 우호협력조약에 근거해 북한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치맨 교수는 한국이 중국과의 ‘역사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고구려와 간도(間島) 지역에 대한 영토 소유권을 동시에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치맨 교수는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위상을 활용해 북방경계선 재설정을 주장하며 고단수 역사프로젝트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간도지역의 소유권을 끈질기게 주장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포기하는 대가로 중국 측으로부터 고구려사를 한국역사의 일부로 존중한다는 맹세를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정성수 기자 2005-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