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라국만의 독특한 무덤양식 확인'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안라국(아라가야) 만의 독특한 무덤축조기법이 확인됐다.

그동안 유물을 안치하는 공간으로 알고 있던 감실(龕室)을 들보시설로 재해석한 결과다.

안라국 최전성기의 초대형무덤에서만 나타나는 들보시설은 그 기원을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워 자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야 묘제 연구에 획기적 전기가 될 주장들이다.

조수현 함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최근 '영남고고학' 35집에 게재한 '가야묘제의 감실 재검토-함안 도항·말산리고분군을 중심으로 '라는 글에서 가야 무덤의 감실은 그 기능에 있어 본래의 의미와 전혀 관계없는, 들보를 끼우는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감실은 석굴이나 고분의 벽 가운데를 깊이 파내 석불이나 유물을 안치하거나 묘의 주인공을 그려놓은 시설을 말한다.

삼국시대 무덤 가운데 백제에서 2기,고구려에서 5기가 확인됐다.

가야에서는 안라국의 영역이었던 함안 도항·말산리 고분군의 10여기에서만 이런 감실과 유사한 시설이 조사됐다.

그동안 도항·말산리 고분군에서 조사된 감실은 백제 무령왕릉 현 실의 벽석에 있던 불꽃형태의 감실과 같은 등잔시설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조 연구사는 기존의 주장과 달리 감실을 목관을 보호하는 들보시설로 보았다.

우선 도항·말산리 고분군에서 확인된 감실 내부에선 아무런 유물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신 수혈식석곽묘 내부에선 꺽쇠와 못이 출토됐다.

석곽 내부에 무덤 주인을 안치한 목관의 존재 가능성을 말해주는 증거다.

따라서 감실로 알려진 들보시설은 목관을 보호하는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

또 들보시설이 무덤 주인,부장 유물, 순장자 공간을 구분하는 경계지점에 설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곽 축조 때 내부의 공간을 분할하는 표시의 역할을 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강도가 약한 벽석의 붕괴를 방지하는 기능도 가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도항리 15호분의 경우 6곳의 들보시설이 확인할 수 있다.

길이 910㎝ 너비 185㎝의 길쭉한 네모꼴의 반지하식 무덤인 도항리 15호분에서는 석곽 좌우의 긴 벽을 따라 40~50㎝ 크기의 네모꼴 들보시설이 확인됐다.

또 전후방의 중앙부 최상단에도 같은 규모의 들보시설이 마주보고 설치돼 있다.

목관을 안치하고 난 뒤 가로로 짧게 들보를 설치하고, 그 위에 길쭉하게 2차로 들보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들보시설은 가야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도항·말산리 고분군 에서만 확인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 석곽의 길이가 7~9m로 가장 규모가 큰 초대형 수혈식 석곽묘에서만 설치됐다.

그 출현시기 역시 안라국의 최전성기이자 고총고분군이 가장 성행한 5세기 말~6세기 초에 한정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당시 지배층의 권위를 표출하기 위해 거대한 봉토를 만든 것 처럼 무덤 내부에도 무덤 주인의 권위를 표출하는 무덤축조기법으로 들보시설을 갖췄다는 해석이다.

(부산일보 / 이상헌 기자 200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