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광고판 ''텅텅''

최근 지하철 역사 곳곳에는 흰색 바탕을 드러낸 채 주인을 찾고 있는 빈 광고판이 부쩍 늘었다. 경기 불황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광고물량이 대거 줄어들면서 지하철 광고 역시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승객들은 “허옇게 드러난 빈 광고판이 꼭 우리 경제의 자화상인 것 같다”며 씁쓸해하고 있다.

18일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역사 내에 배치된 광고판 중 5호선은 29%, 7호선도 32%만 광고가 게재돼 있다. 8호선은 12%에 불과하고, 6호선은 아예 입찰에 응한 광고대행사가 없어 일부 광고판을 이용, 공익광고만 실어두고 있는 상태다. 서울지하철공사가 관할하는 1∼4호선도 상황은 마찬가지. 2호선만 50%에 간신히 이를 뿐 1·3·4호선 모두 광고판 중 광고가 부착된 곳은 40%밖에 안 된다.

아직까지 교대·사당역 등 환승역이나 강남·삼성·신촌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역내 광고판 반 이상이 광고 중단으로 바탕만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고 서울대입구역 등 일부역의 지하철 승강장 광고는 아예 씨가 말랐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2003년 초까지만 해도 70∼80%의 부착률을 보이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돼 현재에 이르렀다”면서 “광고단가는 광고대행사 쪽에 일임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단가가 많이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에서 용산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안모(31·회사원)씨는 “언젠가 지하철을 기다리다 텅텅 빈 광고판을 보고 교체작업 중이다 싶었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채워지지 않더라”면서 “경기가 어렵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한 단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계일보 / 김창덕 기자 200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