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31㎞ 자기부상열차 충격적… ‘뉴 차이나’ 실감”

중·고교선생님 중국 산업시찰
“中공장, 노조와 공동으로 품질향상회의·체육대회
힘든 여건 마다않고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에 감동
공무원은 ‘중국종합상사’ 세일즈맨처럼 홍보 주력
중국 변화상 제대로 알려주면 학생들 큰 자극될것”

“살벌한 글로벌 경쟁의 현장을 똑똑히 목격하고 돌아왔습니다.” 조선일보사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중·고교 선생님 중국산업시찰단’이 지난 9~13일 중국시찰을 마치고 귀국했다. 참여한 교사들은 “중국 경제 현장을 직접 보니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말이 꼭 들어맞는다”고 입을 모았다. 100명의 교사들은 2개조로 나뉘어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선전(深?)·칭다오(靑島) 등에서 한국 및 중국 기업을 두루 시찰했다. 참여교사들의 소감을 난상토론 형식으로 정리했다.

▲ 질주하는 중국 경제에 큰 충격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학창시절에 배운 ‘중공(中共)’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중국은 덩치만 큰 공룡이 아니라 초고속으로 전진하는 최신 항공모함이었다. 대학시절 배운 것보다 더 생생한 지식을 이번 중국산업시찰에서 얻었다.

―중국식 시장경제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다투어 경쟁을 하고, 정부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일관되고 모든 국민들에게 명확하기 때문에 추진력이 있는 것 같았다.

―중국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을 피부로 느꼈다. 베이징(北京)경제 개발구를 소개한 한 중국 공무원은 마치 ‘중국종합상사’의 세일즈맨 같았다. 그들의 최대 목표는 외자를 유치해 국가의 부(富)를 쌓는 것이었다.

―중국이 우리나라 제조업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현지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기업이 있어야 나라가 발전할 텐데 기업이 모두 해외로 떠나면 어떡할 건가. 우리 정치권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특정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이 이미 우리를 앞서 있었다. 상하이(上海) 공항에서 시내까지 최고 시속 431㎞인 자기부상(磁氣浮上) 열차를 타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발전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기이자 기회라는 생각이다. 경쟁 관계이지만 한편으로 서로 윈-윈(win-win)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 기업이 곧 국가다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중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제품이었다. LG전자는 중국 가전시장에서 에어컨이 4위, 전자레인지는 5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베이징 도로에서 보이는 현대자동차는 ‘달리는 광고판’이었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초일류 다국적 기업과 중국 현지업체들을 이기고 이처럼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현지의 한국 기업인들은 어려운 경쟁조건 속에서도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있었다. 총성(銃聲) 없는 ‘경제전쟁’ 속에서 “우리는 기꺼이 ‘총알받이’로 나설 각오가 돼있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한국 젊은이도 있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하면서 ‘기업인이 애국자’라고 말했는데, 정말 실감이 났다. 그동안 비자금 사건 등으로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무작정 중국으로 떠나는 것은 우려스럽다. 그동안 축적한 자본과 기술·경영 노하우를 경쟁국가들에 너무 쉽게 유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정부가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지 의문이다. 고용 문제도 걱정된다. 이웃 중국이 경쟁국의 고용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의 고용을 증대할 것인가.

▲ 중국에선 노조가 회사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중국의 노조(공회·工會)는 단체행동권이 유보된 상태라고 들었다. 파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조가 회사에 요구하는 내용도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해달라”는 정도라고 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회사가 발전하는 쪽으로 적극 협조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LG전자 톈진(天津) 공장에서는 품질향상 회의를 노조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었다. 체육대회나 노래자랑 같은 회사행사도 노사 공동으로 준비한다고 했다. 힘든 근무여건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젊은 중국 근로자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현대차 베이징공장의 인건비는 울산공장의 7분의 1이라고 한다. 한국의 울산공장에서는 일감이 많아도 노조의 허락 없이는 잔업이나 특근, 인원배치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들었다. 이래서는 우리 제조업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SDI 선전공장에서는 현지직원 합창단까지 나와 ‘歌聲與微笑’(노래소리와 미소라는 뜻) 등의 중국노래를 부르며 교사들을 환대해 주었다. 간담회 때에도 중국인 부문장들이 모두 나와 교사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중국 직원들은 “선전 공장의 생산성이 세계에서 최고”라며 회사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선전의 경우 중국인 공업고교 출신들은 한국의 공고 출신보다 능력이 더 우수하다고 들었다.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우리가 설 땅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

―중국의 경우 분배와 성장의 문제를 기업이 잘 되도록 파이를 키우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가 아닌가. 우리의 경우 너무 분배를 강조하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아버지가 파업을 하면 아버지 월급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미래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생각을 학생들이 가져야 한다.

[상하이(上海)=조형래기자, 정리=베이징(北京)·김희섭기자]

(조선일보 2005-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