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2020년 ‘아시아의 시대‘구축

美국가정보국 보고서, 한반도-대만 문제가 변수

2020년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국가 정보위원회(NIC)는 13일 ‘지구의 미래지도’(Mapping the Global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가 19세기 통일독일과 20세기 초 미국의 출현처럼 세계의 지정학적 모습을 바꿔 놓을 주요 역할자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IC는 또 중국의 국민총생산(GNP)은 2020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되고, 인도의 GNP는 유럽 국가들을 따라 잡거나 대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의 민족주의 부상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등장하는데 대한 미국의 우려로 양국은 점진적으로 적대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보국(CIA)에 본부를 두고 있는 NIC는 미국 연방정부 소속이자 15개 정보기관들의 싱크탱크이다. NIC는 지난 1년 동안 1,00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30차례 회의를 열고 논의 끝에 120 쪽의 보고서를 작성,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정세에서 미국과 일본 및 중국의 관계는 한반도 및 대만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와 중국의 부상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은 서부 국경지대 분리주의 세력의 무장 소요에 직면할 것이며, 동남아 국가에서도 분리주의자들의 반란과 테러로 폭력 사태가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이 앞으로 15년 동안 인구증가율 감소와 고령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 2020년까지 4억 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과 관련, 보고서는 북한의 위기는 향후 15년 간 어떤 시점에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반도 통일과 중국-대만 간 긴장을 둘러싼 아시아인들의 적의와 우려는 이 지역에서 균형을 이루는 과정의 복잡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테러와 관련, 현재의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사라지고 대신 2020년께 또 다른 이슬람 테러조직들이 각 지역 분리주의 단체와 손잡고 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으로 새로운 전사들이 태어나 세계화 물결을 타고 각지에서 알 카에다를 대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IC는 특히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테러 조직들이 점차 탈중앙화하고, 인터넷에서 습득한 기술을 이용해 생물무기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미래의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IC는 또 테러 조직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은 전 세계적 부의 불평등이라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생계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테러 조직에 포섭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NIC는 1980년 미국이 나아갈 기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기초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으로 년 설립됐다. 국가의 중장기 전략 수립을 기본 임무로 하는 NIC는 5년에 한번씩 20년 후의 세계를 예측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NIC는 그동안 2010년 전세계 에이즈 감염 실태 전망, 2015년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예측 등 특정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NIC는 이번 보고서에서 향후 15년 간의 가장 큰 흐름으로 세계화의 가속화를 꼽으면서 2020년 세계를 전망할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모델인 ‘다보스 세계’는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인도와 중국을 선두로 세계 경제가 활발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모델은 ‘팍스아메리카나’로 큰 위협이 없는 새로운 정치환경에서 미국이 패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셋째는 ‘새로운 칼리프’로 급진 이슬람 세력이 부추긴 국제적 이념운동이 세계화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넷째는 ‘공포의 사이클‘로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협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안조치가 판치는 세계를 가상한 것이다.

NIC의 이번 보고서처럼 미국은 특히 중국의 부상에 대해 갈수록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제임스 F. 호지 Jr. 편집장도 지난 2004년 7-8호에 제재한 글에서 “급성장하는 아시아의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글로벌 파워가 서양에서 동양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중국은 가장 분명하게 떠오르는 강대국”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글로벌 파워의 이동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엄청난 파괴를 동반하는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급성장했으며, 2010년 경제 규모가 독일의 2배에 달하고, 2020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국제문제 전문 격월간지 ‘포린폴리시’ 2005년 1-2월호의 ‘거인들의 충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은 궁극적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앞으로 수 십 년 간 극적인 경제성장을 계속할 경우 미국과 강도 높은 안보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유럽 강대국들을 서반구에서 밀어냈듯이, 미국을 아시아에서 밀어내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려 할 것이며, 결국 아시아를 더 이상 지배할 수 없는 지점까지 중국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업코리아 200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