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정책硏 주최 국제 심포지엄] "北 연착륙 가능성 적어… 순식간에 붕괴할수도"

프리처드 前대북특사 “中 동북공정은 北흡수 위한 것”
문정인 위원장 “김정일 사망해도 쉽게 안무너져” 반박

열린우리당 산하 열린정책연구원은 13일 서울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가졌다. 여당의 싱크탱크인 이 연구원의 개원 기념행사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축하하고 이해찬 총리가 기조연설을 하는 등 여권(與圈)은 이 연구원에 상당한 기대를 표시했다.

◆ “북한 붕괴하면 중국에 흡수될 것”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찰스 프리처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 연구원이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냈고, 1기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담당특사로 활동하다 부시 정부의 강성 노선과 충돌을 빚자 사퇴했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주제 발표에서 “북한의 연착륙은 바람직할 수 있으나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순식간에 경착륙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사람들은 북한이 붕괴되면 두 개의 한국이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북한이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연료를 포함한 기본적인 필수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흡수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이 북한의 전면적인 흡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구려를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등의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흡수하려는 이유로 ‘만주에서 살고 있는 200만명의 조선족’을 거론했다. “만약 두 개의 한국이 남한 주도로 통일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기업가 정신을 공유하는 통일 한국은 중국 국경을 가로질러 민족 연대감을 통해 만주지역에 사회문화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다.

프리처드 전 특사가 민감한 문제를 제기한 탓에 이후의 토론은 북한의 경착륙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프리처드 전 특사는 “언제 북한의 붕괴가 일어날지 알 수 없으나 지금 당장 와해될 경우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인 후나바시 요이치씨는 “북한의 경착륙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북한 핵이 공포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이 북한의 경착륙을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다고 해도 주권국가로서의 북한 붕괴가 쉽게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 정권이 없어지면 북한이 붕괴된다는 것은 지나치게 흡수통일론 시각에서 본 것”이라며 “북한 붕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 전문가가 아니고 아마추어 제너럴리스트들이다”고 했다. 그는 또 “남북한 통일은 공동체 통합방식이 될 수 있고, 유럽연합(EU)처럼 남북연합이 될 수도 있으며,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중국, 한반도 통일 지지한다”

장윤링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소장은 프리처드 전 특사와는 다른 회의에서 “중국이 실제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는 이유로 한국이 통일된다고 해도 중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으며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이고 활발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 서울 평화선언 채택

이날 심포지엄에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등 12개국 25명의 참가자들은 ‘6자회담은 북한의 핵 포기와 국제 사찰 수용 등 핵 프로그램 해체 방안, 대북관계 정상화와 안전 보장, 경제 지원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2005 서울 평화선언’을 채택했다.

(조선일보 / 이하원 기자 2005-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