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북한은 붕괴되지도, 돼서도 안 된다

북한은 절대로 붕괴되지 않는다. 붕괴돼서도 안 된다. 그 이유를 보자.

첫째, 우리 남한이 굳건히 같이 손잡고 있기 때문이다. 6.15선언에서 남과 북은 민족적 자주의식으로 대동단결하여 평화적으로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 98% 이상이 이를 지지했다. 통일의 형태도 명시했다. 남의 국가연합안과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을 기초로 하여 통일을 지향한다 했다. 우리 민족의 어느 누구도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 통일의 형태와 시기가 남북한 간에 합의가 돼 있지 않을 뿐이다.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로서 공산주의 중국이 홍콩.마카오.대만의 시장경제 체제를 50년간 유지하는 것을 원용하는 형태다. 지금은 그 목표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가고 있는 과정이다. 단계적 점진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남과 북의 의지는 시대의 조류이며 아무도 이를 막을 수가 없다. 막아서도 안 된다.

둘째, 남북의 통일 없이 우리 민족은 물리적 힘이 무자비하게 행사되는 이 냉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떳떳이 행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세계 최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민족의 역사는 쉴 새 없이 닥쳐오는 침략에 대항해 생존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변화무쌍한 국제 사회에서 언제까지 우리는 이 분단의 엄청난 국력낭비를 계속할 것인가.

셋째,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됐지만 중국은 오히려 경제대국.군사대국으로 약진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에 중국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을 살폈다. 북은 2000만평의 개성공업특별지구를 50년간 대여했다. 필요하면 이를 4000만평으로 확대하고, 더 필요하면 2억평까지 내주겠다 했다. 임금은 월 50달러와 복지금 10달러 계 60달러. 원화로 7만원, 연간 상승률 5% 이하로 합의했다. 금강산 일대를 개방했다. 2002년 신의주 특구를 제정해 외자도입, 공업시설.위락시설 건설 등을 네덜란드 거주 중국인과 합의했다. 양빈의 법 위반 사건으로 중단됐지만 북의 시장경제 도입 의지는 과감하다.

넷째,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과 일년 이내에, 늦어도 2년 이내에 국교를 수립하겠다고 언명했다. 조.일 수교 성립시 식민지 피해 보상금과 저리의 상업차관 등 200억 달러 내지 300억 달러에 상당하는 발전소.제철소.항만.도로.통신망 건설 등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다섯째, 미국은 북의 '핵 문제' 해결과 동시에 '깜짝 놀랄 만한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자기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붕괴된 후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Bush at war, Bob Woodward).

여섯째,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정권 붕괴를 원치 않고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곱째, 만의 하나 북이 붕괴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고구려는 중국의 일부였다'는 중국이 그런 상황에서 군사적.정치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나오겠는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여덟째, 미국의 공개된 많은 문건들이 중국을 중.장기적 공적(公敵) 1호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장기적 전략으로 중국.러시아와 육지로 이어져 있고 막강한 군대와 지하자원을 부존하고 있는 북한을 중국이나 러시아 진영에 압박하기보다 미국 진영으로 유입하려 하는 정책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은 중국의 대약진 운동, 문화혁명의 와중에서 2000만명의 희생자가 있었다는 모택동 정부와도 수교했다. 진주만 기습공격, 포로 학대, 양민학살을 저지른 2차대전의 주축 일본과 그 어느 나라보다도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악한 제국' 소련과도 냉전의 1970년대에 꾸준히 대화를 계속했다.

아홉째, 미국은 1975년 3월 4일 한국정부에 문서경고 했다. '한국은 현재 초기 단계의 핵병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내에 몇 개의 핵병기를 보유할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아주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측보다 20년 전에 핵개발,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것인가. 정초에는 서로 지난 과거를 씻고 새 출발을 하는데… 그리고 남과 북, '우리가 남이가'.

<손장래 전 합참전략기획국장>

(중앙일보 2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