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동북공정' 걸림돌

한ㆍ중ㆍ일 동북아 新삼국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 아시아 3국은 이미 북미 유럽과 함께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강력한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3국의 경제력만 합친다면 바로 세계적인 경제권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3국 간에는 정치ㆍ경제ㆍ역사적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3국 간 관계는 21세기 신삼국지에 비유할 만하다. 한ㆍ중ㆍ일 3국이 겪고 있는 갈등 관계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협력 방안을 조망해 본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편입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상무부 고위 관리는 "중국에서 고구려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중국인에게 고구려 역사를 물어보면 '모른다'는 대답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아직도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발해 유적지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와 일부 학자를 앞세워 시작한 이른바 '동북공정'이 고구려사와 발해사 왜곡으로 이어지면서 92년 수교 이래 급속한 경제교류를 바탕으 로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한ㆍ중 관계가 큰 고비를 맞은 것이다.

한국인이 벌떼처럼 일어나 중국을 규탄하고 정부도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자 중국측은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대국주의를 경계하자는 자성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교 12주년을 넘긴 한ㆍ중 관계 발전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경이적이었다.

수교 당시 중국측 통계(홍콩 포함)로 50억달러에 불과했던 양국간 무역액이 지난해는 800억달러를 넘어서 16배 이상 증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중국을 방문해 중국 지도자들과 2008년까지 교역액 1000억달러를 달성하자고 합의 했으나 이르면 올해 10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에 대한 한국 투자액 누계는 270억달러 규모로 지난해에는 매일 평균 15건에 2000만달러를 중국에 쏟아부었다.

또 한국과 중국은 매주 380회가 넘는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까지만 관광객 210만명이 중국을 찾았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7만7000명 중 한국인은 3만5000명으로 45%를 차지하고 있다.

한ㆍ중 양국은 세계 경제사에서 일찍이 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경제적 교류를 통해 거리를 좁혔다.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인 동질감과 한국의 급속한 개발경험, 단결심과 애국심 등은 중국인에게 호감을 주고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가장 가깝고도 거대한 땅과 인구를 보유한 중국이 빠른 경제발전과 거대한 시장을 발판삼아 거대한 용으로 변하면서 한국으로서는 경계심과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한계기업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대기업마저 중국 진출을 확대하면서 한국 내 산업 공동화 현상과 일자리 문제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매일경제 / 윤형식 특파원 2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