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 나라, 고구려의 탄생

중국의 한국사 편입시도로 촉발된 한중간 역사갈등! 가장 한가운데에는 한국의 고대왕국 고구려가 있다.
“고구려는 21세기 우리민족이 발전하는데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동아시아의 주역 역할을 해야하는데 고구려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모범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중국으로 봐서는 경쟁적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이 우리거든요. 고구려의 영토는 현재 만주지역까지 이르렀습니다. 중국으로서는 만주지역에 대한 현재적 영토뿐 아니라 역사적 영토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요.” (동국대 사학과 윤명철 교수)
광개토대왕 시절에 그 영토가 북으로는 쑹화강, 서로는 랴오허강을 넘었고, 남으로는 아산과 삼척에 이르는 전성기를 누렸으며,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의 수십만 대군의 공격을 크게 무찔러 위협을 가했던 고구려. 그 용맹한 나라 고구려는 삼국 중 가장 먼저 고대국가의 틀을 갖춘 나라였다.

기원전 108년 고조선의 멸망 후 지금의 중국 혼하(渾河)상류에서 한반도 북부 동가강(압록강의 지류) 상류에 걸친 산간 지대에는 철기문화를 배경으로 한 여러 부족국가들이 생겨난다. 그중에는 지금의 장춘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자리잡은 부여(Buyeo)라는 나라도 있었다. 494년 고구려에 정복당하는 비운을 맞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구려 역사의 시작은 바로 이 부여에서부터 시작된다. 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성왕의 이름은 주몽.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는 10여종의 중국 및 우리나라의 사료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동부여에는 해부루라고 하는 왕이 있었다. 해부루의 아버지는 하늘신의 아들인 해모수였다. 해부루에게는 아이가 없어 산천을 다니며 아이를 달라고 기도했는데 하루는 바위틈에서 금빛이 나면서 반사되는데 가보니 개구리를 닮은 아이가 있어서 데려다 키우게 된다. 그 아이 이름이 금빛 나는 개구리, 금와다.
그렇게 금와를 키우던 어느날, 해모수가 꿈에 나타나 아들인 해부루왕에게 자신이 직접 동부여로 내려가 다스릴테니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고 말한다.
“내가 지금 너희가 살고 있는 곳으로 내려갈테니, 너희는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
하는 수 없이 해부루는 북부여로 이주했고, 아버지 해모수는 동부여에 내려와 낮에 정사를 돌보고, 밤에 하늘로 올라가는, 하늘과 땅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한편, 해부루가 데려가 기른 개구리를 닮은 아이 금와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왕위에 오른다. 어느날, 금와왕은 산속으로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기이한 여인을 만난다.
“저는 하백의 딸로 유화라고 합니다. “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는 금와왕이 듣기에 놀랄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해모수와 정을 통했는데, 해모수가 자신을 버리고 하늘로 올라가버렸으며,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하백은 함부로 몸을 허락한 것을 꾸짖으며 자신을 내쫓았다는 것이다. 해모수 아들 해부루의 양자인 금와왕은 이 이야기를 듣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는 유화를 궁으로 데리고 와서 방에 가두고 남자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유화는 다시 해모수를 만난다.
유화가 갇힌 방안으로 햇빛이 가득히 비쳐들었다. 눈이 부셔서 다른 곳으로 피하면 햇빛이 유화의 몸을 따라 또 비추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유화의 몸에 태기가 있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무엇인가를 낳게 되는데, 실로 기묘한 것이었다.
“아이가 자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옆구리에서 나오고 큰 알로 태어납니다. 금와왕은 분명히 남자를 출입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성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짐승들이나 낳는 알이거든요, 그래서 버립니다. “(신화학자 이경덕)
그러나,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가? 개와 돼지에게 던져줘도, 길에 내다버려도 깨뜨리거나 먹기는 커녕, 조심스럽게 피해 다녔고, 새와 짐승들은 정성스럽게 덮어주기까지 했다. 하는 수없이 금와왕은 다시 알을 궁으로 가져와서 유화부인에게 가져다 주었는데, 얼마 지나 한 사내아이가 알의 껍질을 깨고 나왔다. 그가 바로 훗날, 고구려를 세우게 되는 동명성왕, 주몽이다. 그렇다면, 주몽이라는 이름이 가진 뜻은 무엇일까.
“오늘날로 말하면 신궁이라는 뜻입니다. 활 잘 쏘는 사람의 대명사로 썼던 말입니다. 이것은 유목민으로서 특성뿐만 아니라, 북방민족으로서 활달성, 기개성, 정복성을 강조하는 의미의 이름입니다. “(성신여대 사학과 이현희 명예교수)
기록에 의하면, 주몽이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백발을 쏘면 백발을 다 명중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나 신기한 것은, 왜 하필이면, 알로 태어났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신화에서는 특별히 고구려 신라 가야의 건국자들이 전부 알에서 태어납니다. 알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아버지가 없이 버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해모수도 하늘로 도망갔고... 버려짐을 다시 스스로가 불러일으켜서 새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거죠. 그래야 나라를 세우죠. (아버지가 있는) 태자였으면 나라를 세우는 게 아니라 나라를 이어받는 거죠. 버려졌으니까 나라를 세울 수 있는 거죠. 한국신화의 특징은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버려짐의 구조, 그것이 알로 표현된 거죠. “(신화학자 이경덕)
주몽은 어렸을 때부터 생김새가 영걸스럽고 비범했다고 한다. 당시 금와왕에게는 일곱 아들이 있었는데, 늘 주몽과 겨루기와 놀이를 했으나 모두 그 재능이 주몽을 따르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위협을 느낀 금와왕의 일곱 아들, 특히 큰아들인 대소는 아버지에게 주몽을 없애버리자고 하기에 이른다.
“아버지, 주몽은 사람이 낳은 자식이 아닌데다 우리 부여 사람이 아닙니다.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일이 이쯤 이르게 되자, 어머니 유화는 아들을 위해 부여를 떠날 것을 권하게 된다.
“주몽아, 네 재주라면 어디간들 살지 못하겠느냐. 화를 당하기 전에 어서 떠나거라”
주몽은 오이, 마리, 협부 등 세 사람과 함께 도망을 치다 지금의 압록강 동북쪽에 위치한 엄수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앞에는 다리도 없는데다 뒤에서는 부여의 군사들이 쫓아오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주몽은 하늘신의 손자이자, 물신의 손자인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강을 향해 길을 열으라고 소리친다.
“나는 천신의 아들이며 하백의 손자다. 길을 열어라.”
그러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올라와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주몽의 일행이 무사히 건너자 물고기와 자라들은 일시에 흩어져버렸다.
주몽은 졸본에 이르러 도읍을 정한다. 졸본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중국 흑룡강성 일대이다. 주몽은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군사력을 앞세워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차례대로 정복하고 마침내 고구려를 세운다. 이때 그의 나이 스물 둘, 기원전 37년의 일이다. 그렇다면, 그의 시대에 고구려의 영토는 어디까지 이르렀을까.
“중국의 25사등 사료를 종합해서 보면 동남쪽을 보면 함경도 지역까지, 서남쪽으로는 살수 이북, 즉 청천강 이북, 동북쪽으로는 연해주, 즉 블라디보스톡, 서북쪽으로는 혼하, 지금으로 말하면 길림성까지. 주몽대에 벌써 건국했을 뿐 아니라 영토를 그만큼 발전시켜서 호걸로서의 건국자의 모습을 보였습니다.”(이현희교수)
주몽, 그는 부여에서 자랐지만, 아버지나 어머니, 그 어느 한쪽도 부여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하늘신의 아들, 해모수요, 어머니는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 다시 말해, 그는 하늘과 물을 잇는 자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신화적인 배경은 하늘을 두려워하며 물을 신성시했던 민심을 끌어 모으면서 주몽을 새롭고도 강력한 세력의 대표자로 등장시켜주었다. 그러나, 한 시대 위대한 영웅의 탄생이 단지 신화 때문만 이었을까. 동명성왕 고주몽, 그는 숱한 정복전쟁으로 정치통합이 이루어지던 당시에 말타기와 활쏘기에 능한 전쟁 영웅으로서 용맹한 나라 고구려를 열었다.

(KBS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