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 저지, 지구전 각오"

21~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사회과학원과 공동으로 첫 한-중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한 고구려연구재단은 “중국측과 ‘역사와 현실은 별개이며, 학술과 정치는 별개’라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28일 밝혔다. 두 기관은 또 한중 학술교류를 정례화하기 위해 내년에 공동학술대회를 한국에서 치르기로 했다.
  
“역사-현실 별개, 학술-정치도 별개”
  
재단은 이날 김정배 이사장과 최광식 상임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중 학술기관간 처음으로 열린 공동학술회의 성과를 설명하고 합의된 사항을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두 학술기관은 “역사와 현실은 별개이며 학술과 정치는 별개”라는 원칙에 합의하고 “앞으로도 계속 고구려 문제를 반드시 학술 연구 범위 안에 놓고 적극적인 태도로 학술상의 상이점을 다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또 “내년 적당한 시기에 다시 전문적인 학술 교류를 전개할 것이며 학술회의를 열어 점차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한다”는 데도 합의점을 찾았다.
  
김정배 이사장은 이와 관련 “양측은 한국 서울에서 내년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한중 학술교류 협력을 정례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정확한 시기와 주제에 대해 내년 초에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구려연구재단-中사회과학원 공동학술회의
  
지난 21일부터 3일간 중국 베이징 인근 한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고구려 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주제로 열렸으며 한-중 양국 관련 인사 각각 15명이 참석했다.
  
첫날 열린 개막식에서 김정배 이사장은 “양국 학자들이 생명력이 오래가는 논문을 발표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고 이에 앞서 마따쩡(馬大正) 중국사회과학원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 주임은 “문화의 다양성 및 다채로운 문명화 생활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는 사회과학원 중북변강사지연구중심 리셩(厲聲) 주임이 사회를 맡았으며 한국 측에서는 정광(고려대), 강현숙(동국대), 김일권, 오강원(이상 고구려연구재단), 전호태(울산대)씨가 발표했고 중국에서는 웨이춘청(魏存成.지린대), 피아오쩐스(朴眞奭.옌볜대), 왕면허우(王綿厚), 리러잉(李樂營. 통화사범학원), 쉬졘신(徐建新.사회과학원)씨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 가운데 쉬졘신은 광개토대왕비 탁본 자료 중 비문 발견 초기에 작성된 묵본을 소개, 관심을 모았다고 재단측은 밝혔다.
  
김정배 이사장, "지구전 각오"
  
한편 김 이사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지구전을 각오하고 있다”면서 “인내심이 있어야 설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전’이라는 표현과 관련 “고구려사 문제는 학문적으로 판가름날 일”이라며 “감정 차원을 벗어나 차분히 학문적 대응을 해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 학자들의 분위기에 대해 “중국 학자들도 고구려가 중국의 소수민족이고 지방정권이라는 입장은 그대로이나 한-중간 5개항 구두합의를 이룬 뒤 다소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회의 석상에서도 중국 학자들은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비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며 세부 문구까지 조율을 하려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이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바라는 바”라며 “학문에 정치가 개입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전문서적 등에서는 왜곡된 내용들이 시정이 안되고 있다”면서 “이를 학문적으로 시정하도록 하는 것이 학계의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김한규 기자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