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비 最古탁본 발견”

지금까지 발견된 광개토대왕비의 비문 탁본 중 가장 오래된 탁본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은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1,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고구려 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한중 비공개학술회의 때 중국학자가 광개토대왕비 탁본(사진)에 대해 발표했다고 전했다.

쉬젠신(徐建新)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역사연구소 연구원은 청대(淸代) 쑤저우(蘇州) 문인 이홍예(李鴻裔)가 조정의 공부상서였던 반조(潘祖)에게 바친 1883년부터 1884년 사이의 탁본을 최근 베이징에서 발견했다고 소개했다는 것. 쉬 연구원은 특히 이 탁본은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탁본으로 알려진 일본군 대위 사코 가게노부(酒勾景信)의 탁본보다 앞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군이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내세우기 위해 비문 내용을 고의로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부분 등 탁본의 전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진석(朴眞奭) 중국 연변대 교수는 지안(集安) 시 태왕릉의 주인이 광개토대왕이라는 설을 부정하고 옛 문헌기록의 고증을 통해 미천왕이라는 점을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반면 중국학자들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천문도의 별자리가 중국의 별자리와 다르다는 김일권 고구려연구재단 부연구위원의 발표 내용과 한자를 가차한 고구려 언어가 현대 한국어에 끼친 영향을 발표한 정광 고려대 교수의 발표 내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김 이사장은 전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학술모임은 양국 학자들의 상호이해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둔 만큼 첨예한 논쟁은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 측에서는 황하오타오(黃浩濤) 사회과학원 부비서장을 비롯해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의 마다정(馬大正) 주임과 리성((려,여)聲) 부주임, 리궈창(李國强) 연구원 등 15명이, 한국 측에서는 고구려연구재단의 최광식 상임이사, 전호태 울산대 교수,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 문명대 동국대 교수 등 15명이 참석했다.

양국 학자들은 내년 서울에서 2차 학술토론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동아일보 / 권재현 기자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