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구려사 뺏아가도 한류는 못막아

문화분야 한·중 관계 급전진…한국어 관심 증가 “교수 부족”

2004년, 한중 양국이 수교한지 12년째, 중국에 ‘한류’라는 말이 생겨난 지는 7~8년째가 되었으나 한류 열풍의 열기는 더해만 간다.

유네스코가 주관하며 올 6월 중국 수저우에서 열린 세계문화유산대회를 전후해 고구려사 왜곡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협화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중국도 한류 열풍만은 막지 못했다.

수억의 중국인들이 매일 저녁 한국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매일 현대 자동차를 타고 삼성 ‘애니콜’로 전화를 걸며, 삼성·LG 등 한국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밥상에까지 김치가 오르는 등 한류열풍은 중국의 넓은 대지의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몰아쳤다. 심지어 ‘한류 스타처럼 수술해 달라’는 주문으로 한국의 성형수술 의료업 또한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의 학계 일각에서 “중국에서 한국문화가 7년간이나 판을 치다니 말이 안 된다”며 문제의식을 제기할 지경이다. 한국 역사 대하드라마 ‘명성황후’를 비롯해 200여회에 달하는 장편 드라마 ‘인어 아가씨’ 등 많은 드라마들이 중국 시청자들과 만났다.

12월에 있은 ‘2004 북경한국영화제’ 베이징에서 한국 영화 전시회가 열려 ‘오아시스’, ‘봄·여름·가을·겨울’,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12부의 영화가 상영돼 좌석 점유율 70%를 기록했다. 중국의 첸카이거 등 명감독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전문 분석 포럼도 열렸으니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명성황후’는 중국의 역사관에 맞게 일부 삭제되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폭력성을 문제로 상영이 거부됐다.

중국의 전자상가에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들여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의 불법복제 CD와 DVD가 넘쳐나며, 중국의 남녀노소가 TV앞에 마주앉아 한국문화와 함께 울고 웃는다.

한국어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 높아간다. 중국의 대학교들에 한국어학과가 증설되면서 교수가 부족하다는 보고가 있다.

한중 관계는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며 한국 또한 중국의 제3대 무역국으로서 한중 양국의 경제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있다.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고구려가 중국 동북지방의 한 소수민족 정권’이란 중국의 주장은 학계와 언론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으며 역사와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던 한해이기도 하다.

다행히 ASEAN+3, APEC 등 국제회의를 통한 한중 양국의 정상회담과 고위층 회담과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중국청년보는 “동일한 동아시아 국가로서 중일 지도자는 과거를 주목하고 있지만, 중한 지도자는 주로 미래에 대해 논하고 있다”며 “역사문제로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있는 중일관계에 비해, 중한관계의 발전은 유난히 건강하고 명랑하게 보인다”고 전했다.

(내일신문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