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한국 생각보다 강했다”

“한국은 생각보다 강했다.”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의외의 패배라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지난 16일 일본을 3-0으로 꺾는 등 최근 A매치 4승1무로 상승세인 독일이 세계축구 변방격인 아시아국가 한국에 당한 완패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에 패해 상당히 실망스럽다. 한국은 특별히 보완할 게 없을 만큼 좋은 팀이며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독일 dpa통신은 한국팀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놀라워했고, 로이터통신은 “골키퍼 이운재가 발라크의 페널티킥을 선방했다”면서 이동국의 발리슛을 “최고의 오른발 터닝발리슛”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한국의 승리는 한·일월드컵 4강전에서의 패배를 되갚는 달콤한 복수였다”고 전했다.

사실 화려한 변신을 꾀하는 독일에 한국전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독일은 2004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개혁의 신호탄은 감독 선임. 지난 7월 전차군단의 사령탑에 오른 것은 40세 초보감독 클린스만. 지도자 경력이 부족하고 검증받지 못한 신출내기 감독 선임은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는 독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깜짝인사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선 신예들을 대거 발탁,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뵈른스·슐츠 등 새내기의 활발한 플레이는 독일축구의 색깔을 ‘우직한 축구’에서 ‘발빠르고 부지런한 스타일’로 바꾸기 시작했다.

스피디한 신인들이 포함된 독일은 훨씬 공격적으로 변신했다. 일본전까지 4승1무를 기록하는 동안 12골(2실점)이나 넣었다. 공격수 출신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독일기자들과 사석에서 만나 “이번 아시아투어 3경기에서 20골 정도는 넣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는 후문. 독일의 마르틴 헤겔레 축구전문 프리랜서 기자는 “독일은 아시아투어를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닌 월드컵 예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독일의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 기자들은 경기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패배”라면서 “너무 실망스런 경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리스크 테이킹의 보수적인 축구, 탁월한 체격조건만 앞세운 둔탁한 축구, 부지런한 움직임이 부족한 워킹 사커(walking soccer). 예전 모습을 떨쳐내려는 독일의 몸부림이 처절한 만큼 한국전 완패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

(경향신문 / 김세훈 기자 2004-12-20)

일본 언론, "일본축구팬 머리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국-독일전이 끝난 직후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승리를 긴급 타전했고, 일본 외신들 역시 한국-독일전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특히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경기내용 등 가장 상세하게 다루면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닛칸스포츠> "한국, 아시아 최종예선 자신감 얻었다"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한국이 이번 승리로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실었다. 또한 한국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클린스만 독일 감독의 담담한 표정과 함께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과 지코 감독의 일본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닛칸스포츠>는 덧붙여 한국은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승리를 얻었다고 표현한 뒤 "젊은 선수들이 잘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본프레레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했다.

<산케이신문> "월드컵 쇼크"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20일 "한국이 독일을 3-1로 이겼다. 독일에 0-3으로 완패한 일본에게 있어서는 충격이다"고 전한 뒤 "지난 1년간 괴로운 시간을 보낸 한국이 일본전 이상의 호화 진용을 갖춘 독일을 상대로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는 내용을 실었다.

특히 <산케이신문>은 "슈투트가르트 소속의 쿠라니가 긴급 투입되는 등 일본전을 뛰어넘는 베스트 포진이었다"며 "일본은 전반 15분만 독일과 대등했다"는 독일월드컵 조직위원회 베켄바워 회장의 말을 실어 일본대표팀에 대한 분발을 촉구했다.

<스포니치신문> "일본 축구팬의 머리 복잡하게 만들었다"

일본 <스포니치신문>은 김동진, 이동국, 조재진 등 한국 선수들이 득점을 기록한 것을 전하며 본프레레 감독이 한국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독일을 꺾었음을 알렸다.

독일과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약 2년6개월만의 대결이었지만 빈틈없이 설욕을 완수했다며 한국의 완벽한 승리를 인정했다.

또한 "경험있는 많은 선수가 팀을 떠났지만 세계 톱 클래스의 팀을 넘어뜨릴 수 있었다"는 본프레레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실었다.

<스포니치신문>은 마지막에 "0-3으로 독일에 진 일본 축구팬들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복잡한 생각을 안게 해주었던 한국의 쾌거"라며 일본 축구대표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일본의 각 언론은 한국-독일전과 함께 일본의 미드필더 오노 신지의 소식을 실어 눈길을 모았다. 송종국과 함께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뛰고 있는 오노는 왼쪽 발목에 부상을 입어 수술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2월9일 북한과의 아시아 최종예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이뉴스24 / 강필주 기자 2004-12-20)

독일 축구계 한국전 패배에 시각 차이 드러내

독일 축구 대표팀이 19일 한국에 패배한 것을 놓고 독일 대표팀 관계자들은 별것 아니라고 반응한 반면 평론가들은 안일한 시각을 비판하며 패배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동점 골을 넣은 스타이자 페널티 킥을 실축한 미카엘 발락 선수는 "한국팀은 매우 공격적이었다"면서도 "우리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경기를 펼쳤으나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른트 슈나이더 선수는 "매우 힘든 경기였으며 우리는 잘 싸웠으나 승리의 행운은 한국 팀에 돌아갔다"고 말한 뒤 "짧은 시일 전에 이번 경기를 결정했으며, 여행으로 인한 긴장이 있다는 것은 변명거리가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ARD 방송 인터뷰에서 "패배를 미리 계획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국전 패배가 '큰 문제(Beinbruch)' 는 아니다"면서 "(팬들에게) 패배를 사과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로선 젊은 선수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팀과 그 경기 내용에 만족하며, 선수들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힌 뒤 "물론 브라질 팀에 패한 것이라면 좋았겠지만 이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TV의 축구 해설가로도 유명한 우도 라텍 감독은 독일스포츠방송(DSF) 인터뷰에서 "클린스만이 한국전 패배와 경기 내용을 외면한 채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만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선수 출신 해설가 귄터 네처는 "우리가 패했기 때문에 한국전은 아시아 순회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면서 이 경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 경기에서 패할 수 있다거나 한국팀이 90분 동안 내내 공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패배의 원인을 잘 분석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DSF 방송은 "독일 축구협회의 선발팀이 한국에 패했다"며 클린스만 감독 휘하의 대표팀은 출범 후 6번 째인 이번 경기에서 가장 미흡한 경기를 펼치고 미카엘 발락이 실축함으로써 패배, 연승가도에 제동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공영 ZDF 방송은 독일팀이 별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치 못했으며, 잦은 선수 교체로 혼란스러워 한 반면 한국팀은 차두리를 비롯한 공격진이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공격을 펼쳐 독일을 패배시켰다고 평가했다.

ZDF는 월드컵 준우승국이자 사흘 전 일본팀을 손쉽게 3대 0으로 이긴 독일 팀을 부산에서 맞은 한국팀은 1대 1의 상황에서 이동국과 조재진의 연속 골로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24시간 뉴스 채널 n-tv는 순회 원정경기에 따른 피로 등을 거론하면서도 "일본에서 압도적 우위를 선보였던 독일팀은 월드컵 4강전에서 맞붙었으며, 일본을 가볍게 여기는 한국 팀의 체력을 강조하는 경기방식을 버거워했다"고 보도했다.

n-tv는 또 "독일 선수들이 자기 공간을 찾지 못하고 외곽에서도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면서 "한국팀은 부산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의 5만 관중 앞에서 독일에 승리함으로써 월드컵 준결승에서의 0대1 패배를 복수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 최병국 특파원 2004-12-20)

본프레레호, 향후 과제는 신.구 조화

'모랫바람을 헤쳐나갈 비책을 찾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일월드컵 멤버와 젊은 피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렸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리며 지난 7월 출범 이후 최고조의 상승세를 탔다.

본프레레호는 침체의 늪을 빠져나온 기세를 살려 내년 1월8일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미국 전훈에서는 콜롬비아(1월15일), 파라과이(1월18일), 스웨덴(1월22일) 등 남미, 유럽의 난적들을 차례로 만나고 내년 2월4일 이집트와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른다.

그리고 내년 2월9일 상암벌에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상대 쿠웨이트를 불러들여 2006독일월드컵으로 가는 첫 단추를 꿰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9일 독일전에서 보여준 본프레레호 새내기들의 플레이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무엇보다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호에서 보여준 거칠면서도 단호한 압박과 기민한 움직임이 살아났다는 게 희망적이다.

중원에서 김동진(서울), 박규선(전북), 김두현(수원) 등이 볼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줬고 19세 막내 김진규(전남)가 중앙에 선 수비진에서도 허점이 없는 게 아니었지만 육탄수비로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한국축구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최종예선 적수들을 상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본프레레 감독은 '젊은 피들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성인선수로서 갖춰야 할 스피드와 힘, 패스능력이 좀 더 보완돼야 한다"며 여전히 자신의 만족도에는 성이 차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독일전에서 합류하지 않은 해외파 태극전사들의 노련함이 젊은 피의 투지와 한데 어우러질 때 본프레레호의 전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신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좋은 플레이를 펼쳤지만 수비수들이 위험지역에서 안전하게 볼 처리를 하지 못한 경향이 없지 않았다. 또 역습 찬스에서도 공간에 패스를 내주기보다는 지나치게 선수의 발끝에 집착해 노련미가 떨어졌다"고 독일전을 분석했다.

김순기 기술위원도 "중앙 미드필더진에서 속공으로 이어질 때 패스 타이밍이 한템포 빨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박지성, 이영표(이상 에인트호벤), 이천수(누만시아), 안정환(요코하마) 등 기존의 공격 주축 선수들과 유상철(요코하마), 최진철(전북) 등 수비진의 베테랑들이 힘을 합칠 때 젊은 선수들의 파괴력이 더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일단 미국 전훈에서 '2단계 옥석고르기'에 돌입한다는 복안이다.

독일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최성국(울산)과 아시아 청소년 MVP 박주영(고려대)도 합류한다.

미국 전훈을 거치고 나면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친 국내파와 해외파들의 주전 경쟁이 한층 가열돼 자연스럽게 본프레레호의 전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되는 순간도 기대해볼만 하다.

(연합뉴스 / 옥철기자 200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