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중국 '동북공정'은 국제적 사안…즉흥적 대응보다 전략적 접근을

'동북공정'이라는 말이 한동안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때가 있었다. 그것을 처음에는 단순히 중국이 고구려의 역사를 왜곡하고자 하는 이벤트성 행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문제임과 동시에 미래에 우선권 점유 차원의 국제적 사안도 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됐다.

'동북공정'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항의 차원으로 해결하려 했고, 이에 중국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실제 중국 내부의 시각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중국은 거대한 의도를 감추며 우리의 착각을 유도한 셈이다.

동북공정은 학술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아주 치밀한 계획을 전제로 한 정부 차원의 국제적 프로젝트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간도는 옛 고구려 땅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간도는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적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혼이 담긴 민족 정체성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이뤘을 때 200만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는 간도 지역과 북한 지역은 보다 자유롭게 교류가 이뤄질 것이며, 동시에 그것은 한반도의 영토적 확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대(大)한반도를 형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민족 구성상 조선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다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이라는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를 실행해 그들의 국가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이 다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들은 고구려 또한 그들 변방의 소수 민족으로, 동시에 고구려의 역사는 변방 소수 민족의 역사로 묶어두려 하는 것이다. 중국이 '서남공정'이라는 이름하에 자행했던 티베트 지역의 통치는 이와 유사한 예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동북공정'이 남한 또는 북한이라는 단일 정부만을 상대로 한 게 아니라 '서남공정'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 차원의 국가 생존이 걸린 절대적인 사안이라는 사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중국의 사과를 얻어내고 해명을 요구하는 차원의 대응을 한 단계 뛰어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붕괴 등으로 예상되는 한반도의 역학적 변화에 따른 중국과 남한 또는 미국과의 사이에서 누가 전략적인 우선권과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를 두고 벌써 중국은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라는 자신들이 다소 다루기 편한 완충지대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장기적 포석으로 남한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정부도 북한 당국과 보다 긴 호흡으로 중국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동북공정'에 대해 중국 정부는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단순하게 일회성적 사건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더욱 신중히 따져보고 치밀하게 장.단기적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임석재 대학생·아주대 정치외교 전공>

(중앙일보 / 임석재 200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