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과거사' 현격한 시각차

고이즈미 日 총리와 17일 가진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 국민들이 성의 있는 결단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자질문에 "한국이 자꾸 일본에 대해 역사문제를 끄집어내서 또다시 사과를 요구한다든지 할때 과연 한일간의 우호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진심으로 이 문제를 풀기를 원한다면 이제는 감정적인 차원에서 한국이 일본에 자꾸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일본 자국내에서 문제제기가 있고 한국이 지켜보는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번에 올때도 역사문제는 일본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나쁘게 반응할만한 일들은 제기하지 않을 생각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盧 대통령, "日, 과거사 성의있는 결단 내려야"

노대통령이 "한국민들이 자꾸 과거사 문제를 꺼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사실 이 문제는 일본이 강대국답게 스스로 알아서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일본 국민들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오히려 역행하는 발언을 계속하는 분들이 계신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대통령은 "동북아시아가 새로운 평화 번영의 질서를 추구해 나가기 위해선 일본 국민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지도적 국가의 국민으로서 다른 국가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어떤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관용과 양보의 태도를 스스로 가져가는 것이 동북아 질서에 더 중요한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독일의 경우를 지칭하는 유럽의 선례를 말하면 "일본국민들이 무슨 결단을 내려야 할때"라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제주정상회담에서는 "임기동안엔 과거사 문제를 공식 제기하거나 쟁점화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 한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는 일본 국민들이 결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이즈미, "선인들에 경의와 감사 표시로 신사참배하는 것일 뿐"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이 일본 국민들의 결단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현격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분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하는 그런 발언도 있었을지 모르겠다"면서 "과거사 문제에 역행하는 발언을 계속하는 분들이 있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슬쩍 비켜갔다.

그러면서 고이즈미 총리는 "대립되는 부분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장래의 우호 협력관계를 살리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와 관련해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참배를 하고 있는것"이라며 "군국주의가 되자라든지 전쟁이 좋았다라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비춰지는 발언을 했는데 "현재 일본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것이 선인들의 노력과 희생 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며 "과거 어려운 역사를 걸어온 선인들을 격려와 감사하는 뜻으로 신사참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대통령은 18일 오전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뒤 고이즈미 총리와 한 시간가량 산책과 환담을 가질 예정이다.

노대통령은 이어 가고시마 공항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조선 도공의 후예이자 일본 도공의 명가인 심수관가의 도요를 방문한 뒤 오후에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CBS정치부 김재덕 기자>

(노컷뉴스 2004-12-18)